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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시론] 언론과 산업 논리, 접점을 찾아야 / 성한표

등록 2009-03-04 18:59수정 2009-03-04 19:13

성한표 언론인
성한표 언론인
시론
한나라당은 지난 2일 여야 합의로 문제의 미디어 관련 4개 법안을 6월 임시국회에서 처리한다는 보장을 받았다. 처리에 앞서 100일 동안의 논의 기간을 갖기로 했는데, 여야가 논의를 통해 법안 내용에 대해 합의한다는 전제를 달지 않고, 표결처리하기로 못 박았기 때문이다. 합의에 따르면 논의를 주도할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 산하 ‘사회적 논의기구’는 자문기구로 그친다.

더욱이 ‘사회적 논의기구’의 논의조차 합의에 도달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점은 그동안 경험한 찬반 논의 과정이 말해주고 있다. 야당으로서는 100일이라는 시간을 벌긴 했지만, 그 외에는 아무것도 보장받지 못한 셈이다. 자문기구가 합의에 이르지 못하면, 여야는 각자 여론이 자기편이라고 들고 나와, 여당은 법안 처리 강행을 야당은 강력 저지를 시도할 것이다. 이런 상황이 된다면 야당의 입장은 지금보다 100일 뒤가 더 어려워진다.

미디어 법안에 대한 논의가 접점이 없이 평행선만 그려 왔던 것은 주제인 ‘미디어 산업’, 다시 말하면 ‘언론 산업’의 구조 때문이다. 미디어 산업은 언론과 산업이라는 두 속성을 가지고 있다. 미디어 산업에는 언론이 지향하는 다양한 여론의 반영, 제작과정의 민주적 절차, 권력 감시 등의 가치와 산업이 지향하는 이윤추구와 확장이라는 가치가 공존해야 한다.

그러나 지금까지 진행된 논의는 각각 산업논리와 언론논리만을 가지고 상대방을 제압하려 했다. 심지어 이제는 토론이 아니라 정책의 선택만 남았다고 주장하는 논자들도 있다. 미디어 관련 4개 법안의 최대 쟁점은 신문이 방송을 겸영하도록 허용하고, 지상파 참여 비율을 20%까지 허용하는 등 대기업의 방송참여 규제를 대폭 완화하자는 부분이다.

이에 대해 찬성하는 ‘산업논리’는 이렇다. “방송과 통신의 융합을 넘어 신문 인터넷 등 미디어 전체의 융합이 일어나고 있는 판에 신문의 방송 참여를 규제하는 것은 옳지 않다. 지상파 방송사들의 당면 과제인 디지털 방송 제작, 송출, 중계기 설치 등에 필요한 비용만 해도 2조원가량인데, 대기업이 아니면 막대한 재원을 조달하기 어렵다.”

반면에 ‘언론논리’는 다음과 같다. “지금도 조선과 동아, 중앙일보 등 거대 신문들에 의한 여론독점이 심각한데, 이들이 방송까지 장악하면 막대한 폐해가 불가피하다. 특히 거대신문과 대기업, 그리고 한나라당이 결합하면 공공재인 방송이 소수의 손에 들어가 여론은 이들에 의해 좌우될 것이다.”

평행선을 긋는 두 논리가 만나기 위해서는 우선 상대방 논리의 핵심을 인정해야 한다. 환경의 변화에 대한 미디어 산업의 적극적 대응과 여론의 다양성 확보가 그것이다. 산업논리가 “방송 장악은 없을 것”이라고 아무리 다짐해도 공허한 외침일 뿐이다. 그것보다는 산업논리는 신문과 대기업이 방송에 진출하는 구조에서도 여론의 다양성을 보장하는 방안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마찬가지로 언론논리는 거대 신문과 대기업의 방송 참여를 규제하면서도 미디어 환경 변화에 대응하는 효과적인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여기에 필요한 막대한 재원을 어떻게 마련할 것인가, 또는 큰 투자 없이 효과적인 대응이 있다면 그것은 무엇인가 하는 방안을 제시하는 것이다. 앞으로 남은 100일 동안의 사회적 논의는 이런 구체적인 방안을 중심으로 좀더 생산적으로 진행되었으면 한다.


성한표 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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