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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언어예절] 선비 / 최인호

등록 2009-03-05 22:26수정 2009-03-05 22:28

언어예절
사내 중심 사회 때 성하던 말들도 빛이 바랬다. 남아·장정·재사·수재·장자·대인 …들에, 거사·처사·생원·유사·학생·선생을 비롯해 왕조시대의 숱한 벼슬이름과 지칭·호칭들이 그렇다. 추려 쓸 만한 말은 없는가?

학생·선생은 쓰임새가 많이 번졌고, 사내·선비·머슴 가운데 머슴은 가끔 ‘공복·공무원’의 비유로 살아난다. 오래된 말 선비는 태학·국학·성균관·향교 따위에서 배워 글과 활에 통한 두뇌집단 또는 개인을 일컬으며 시대 따라 표상이 바뀐다. 선비를 500년이나 길렀던 조선 말에는 유학에 사무친 쪽으로 졸아들며 식민지를 맞았다.

통상, 글 읽은 사람 배운 사람이 선비란다면 요즘 이땅 거의 모든 사람이 선비 반열에 든다. 사내·계집 가를 것도 없다. 다만 많이 배우고 높은 학교에 다녀 넘치는 게 탈이다. 전인 교육을 지나 글로벌 인재를 들먹이는 시절이지만, 그렇다고 죄 고위직이나 선량·군인·학자·전문가·경영인에 국제기관 종사자가 되기는 어렵다.

선비든 배운이든 궂은 일을 하지 않으려는 게 문제다. 일자리 찾기가 하늘의 별따기라지만 좋고 궂은 일 안 가리면 일거리는 많다. 떳떳이 생업에 애쓰면서 집안·나라 사랑에 더하여 널리 인간에 이바지하고자 하는 선비라면 더할나위 없겠다. 험한 일이라고 마냥 이민노동자, 기계·로봇이 하도록 내버려 두기도 그렇다. 어차피 그렇게 다양한 선비들의 나라로 가게 돼 있는 것 같다.

최인호/한겨레말글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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