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철우 기자
유레카
기초과학은 어떤 쓰임새를 겨냥해 연구하는 게 아니라는 뜻에서 순수과학이라고도 불린다. 수학·물리학·생물학·화학에서 지적 호기심을 풀고 자연현상에 대한 새로운 앎을 넓히는 연구 분야다. 쓰임새는 당장 적어도 넓은 과학기술 연구엔 초석이다. 그래서 노벨상 발표 때면 어김없이 노벨상 타령과 함께 이젠 기초과학에 힘을 쏟자는 여론이 힘을 얻곤 한다. 압축성장을 강조하는 우리 ‘현실’에선 기초과학이 제 대접을 받진 못했지만 ‘말의 세계’에선 늘 중요하게 얘기된다.
지금 정부도 기초과학을 유난히 강조한다. 그중에서도 ‘기초과학의 새로운 국제 수준 연구거점’을 만들겠다는 국제 과학비즈니스벨트 공약사업은 기초과학도 국가 정책의 중심이 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프로젝트다. 하지만 기초과학의 뜻을 두고선 혼선이 거듭된다. ‘기초과학계 따로, 정부 따로’ 그 뜻을 달리 쓰는 것 같다. 정부는 정책 홍보에선 기초과학을 앞세우지만 실내용에선 기초연구라는 말을 더 강조한다. 응용연구, 개발연구로 이어져 신산업의 씨앗이 되는 기초연구를 거들며 기초과학을 말한다. 기초과학의 본뜻은 흐려진다. 토론회장에선 두 가지 뜻이 겨루는 일도 벌어진다.
과학벨트 사업의 기획연구자가 혼란을 정리했다. 그는 <과학과 기술> 3월호에서 “기초과학의 정의가 명확하지 않아 많은 오해와 이슈를 야기했다”고 말한다. “기초과학은 기초연구를 의미하는 관용적 표현”이라고 새로 정의한다. “응용연구와 개발과정이 모두 전략적이고 체계적으로 추진되지 않으면 안 된다”고 강조한다. 듣고 보니 ‘정부 식 기초과학’이 분명해진다. 그런 뜻이라면 기초연구, 원천연구라는 말을 그냥 쓸 일이지, 왜 다들 쓰는 말에다 굳이 새 뜻을 새기려 하는지 모를 일이다. ‘기초과학을 중시한 정부’라는 말이 더 멋져 보이긴 하다. 내용 따로, 말 따로인 건가.
오철우 기자 cheolwo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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