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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언어예절] 덕분 / 최인호

등록 2009-03-12 18:45

언어예절
따지거나 욕을 들으면 부아가 난다. 일을 하다 보면 결과에 대한 책임을 묻거나, 원인·이유를 들추기 마련이다. 그런 때 탓·까닭·때문 … 같은 말을 쓴다.

본디 ‘까닭·때문’은 가치판단에서 중립인데, 특히 ‘때문’을 남발하는 이들이 많다. 그래서 말도 글도 딱딱해지게 된다. ‘탓’은 잘못된 일에서 그 원인·책임을 짚을 때 쓰며, 떠넘기기·핑계들과 어울려 쓰인다.

“이웃 식당 때문에 장사 안 돼” “너 때문이야!” “뉴칼레도니아는 독립 때문에 논란을 벌이고 있다.”

여기서 ‘때문’은 ‘탓’에 가깝다. 그런 말투로는 문제를 풀기 어렵다. ‘독립 때문에’는 ‘독립을 두고, 독립 문제로’로 바꿔 쓸 일이다.

십수년 전 천주교 쪽에서 ‘내탓이오!’ 운동을 벌인 적이 있는데, 잘못된 일을 남 탓, 곧 네 탓으로 돌리는 풍토를 바로잡고자 벌인 갸륵한 운동이었다.

같은 말이라도 ‘이유·원인’보다는 ‘까닭’이 머리(이성)로 말하고 받아들이기에 성금이 있다. ‘그렇기 때문에’는 ‘그래서·그러기에·그러므로’처럼 다른 어찌말이나 ‘-에·-므로’ 따위 토씨로 대신하면 거슬리는 ‘때문’을 덜 쓸 수 있다.

‘덕분·덕택·덕’은 다소 과장되게 쓰더라도 사람을 편안하게 해 주는 말이다. “다 선생님 덕분입니다.” “덕분에 잘 다녀왔습니다.”

잘못된 일에까지 ‘덕분’을 쓴다면 반어법이 될 터인데, 이도 사심없이 쓴다면 탓할 게 없겠다.


최인호/한겨레말글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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