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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고장말] 밥 묵고 혀! / 이길재

등록 2009-04-05 22:11

고장말
‘혀’는 고장말 ‘허-’와 토 ‘-어’가 결합된 형태다. 표준어 ‘하다’의 방언형은 ‘허다’뿐인데, ‘하다’와 ‘허다’ 모두 ‘N다’의 ‘아래아(·)’가 지역에 따라 다른 변화를 겪은 결과다. ‘N다>하다’와 같은 변화는 강원·경기·경상·충북 쪽, ‘N다>허다’는 주로 전라·제주·충남·평안·황해 쪽에서 경험했다. “먹지는 못헐망정 눈요구라도 허고 가소.”(<장마> 윤흥길) “오늘 못허면 내일 허고, 내일 못허면 모레 헙쥬.”(<변방에 우짖는 새> 현기영) “허구푼 노릇이 머이가 말해 보라우.”(<한국구전설화> 평안편)

‘허다’가 자음으로 시작하는 토와 결합하면 ‘허다’를 쓰는 모든 지역에서 ‘허구, 허도’처럼 쓰인다. 그러나 모음으로 시작하는 토와 결합하면 지역에 따라서 ‘혀, 혀서, 혀라’로 쓰이는 데와 ‘하다’와 ‘해, 해서, 해라’로 쓰이는 데로 나뉜다. 앞은 제주·평안·황해와 충남 일부, 뒤는 전라와 충청 일부다. “… 지게꾼, 날품꾼, 행상꾼, 뇌동, 안 혀본 일이 거짐 읍음닌다.”(<장한몽> 이문구) “이야기를 헐라면 이 늙은이도 좀 알아먹게 혀 봐라.”(<들불> 유현종)

특히 전북에서는 ‘허다’의 활용형 ‘혀’가 ‘혀>혜>헤>히’를 거쳐 굳어진 ‘히’가 ‘히고, 히면, 히서, 히라’처럼 쓰이기도 한다. “편지를 히면 자세한 목록이 다 오고요.”(<혼불> 최명희) “비좁아서 비비떨쿠 둘오덜 못 히서, 저그 어디가 백여 섰는지 아냐?(<소년은 자란다> 채만식)

이길재/겨레말큰사전 새어휘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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