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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기고] 21년 걸린 베이비파우더 석면 고발 / 안종주

등록 2009-04-06 21:19

안종주 전국석면환경연합회장
안종주 전국석면환경연합회장
기고
국산 베이비파우더 제품에서 1급 발암물질인 석면이 다량 검출됐다. 한 환경단체는 관련 업체와 정부 당국 관계자를 고발하기로 해 파문은 더욱 커지고 있다. 석면이 함유된 활석(탤크)이 300여개 제품에 사용됐으며 여성용 화장품 등에도 사용된 것으로 확인돼 소비자들의 불안감은 커지고 있다. 석면에 대한 정확한 정보와 홍보, 소통 그리고 안전대책이 절실한 때이다.

우리나라 베이비파우더의 원료로 들어가는 활석에 1급 발암물질인 석면이 들어갔을 가능성이 높아 조사가 시급하다는 지적은 이미 21년 전에 나왔다. 필자는 1988년 2월 <석면공해-조용한 시한폭탄>을 펴내 87년 7월 일본에서 팔리는 베이비파우더에서 석면이 검출돼 큰 사회문제가 됐으며 그 원료는 한국산과 중국산 활석이었다는 사실을 자세히 소개했다. 그리고 베이비파우더에 발암물질이 들어 있다는 것은 충격적이므로 한국산 베이비파우더를 조사할 것을 촉구했다. 하지만 정부 당국과 언론, 전문가는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고, 그 결과 국민들이 21년 동안이나 무방비로 석면을 흡입하게 되었다.

필자는 지난해 6월 펴낸 <침묵의 살인자 석면>이라는 책에서 다시 한번 한국산 베이비파우더의 석면 혼입을 조사토록 촉구했다. 이번에도 9개월이 되도록 아무도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다. 필자는 자비로 책을 사서 여러 언론인과 정부 당국의 최고 책임자부터 실무 책임자에게까지 직접 돌렸다. 다행히 한 방송사 프로그램에서 책 내용에 관심을 갖고 자문을 해와 베이비파우더를 조사할 것을 조언함으로써 이번에 온 국민에게 충격적인 내용이 알려지게 된 것이다. 필자의 경고가 21년 만에 빛을 본 것은 다행이지만 한편으로는 정말 착잡하다.

우리는 지금까지 각종 위해물질 사건이 터지면 요란하게 떠들다가 한두 달 지나면 언제 그랬느냐는 듯이 잠잠해지는 것을 많이 보았다. 이번만큼은 석면의 위해성 문제가 베이비파우더 사건에 머물지 않고 각종 생활용품과 소비제품에 쓰인 석면제품에 들어 있는 석면이 공기 중으로 날려 소비자들이 노출될 가능성이 없는지를 면밀히 살펴야 한다.

또 정말 대책이 시급한 것은 농어촌 석면슬레이트 해체제거 문제이다. 지금 농어촌은 석면슬레이트에서 날린 석면으로 토양오염이 심각하다. 이를 해결하자면 슬레이트를 해체하려는 농어민을 지원하는 특별법을 제정하거나 특별예산을 마련하는 등 정부 차원의 종합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70~90년대 지은 건물의 재개발과 뉴타운 개발, 빌딩 개조 등 건축물에 다량 들어간 천장재(텍스) 따위의 건축자재 안전해체제거와 폐기처리에도 온 힘을 쏟아야 한다. 최근 삼성본관 리모델링 때도 석면이 문제가 된 것은 석면 해체제거를 하청에 재하청을 주는 고질적인 건설분야 관행 탓도 크다. 이를 막으려면 표준 품셈을 적정하게 정하는 것과 함께 석면 해체의 경우 분리발주를 하는 등의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또한 악성중피종을 비롯한 각종 석면질환에 걸린 환경성 질환자 등에게 적절한 보상을 하는 석면특별법 제정도 시급하다. 이와 함께 국민에게 석면의 위해성을 쉽게 제대로 알려 석면의 위험성을 충분히 알게 해 대처하도록 하고 불필요한 공포를 느끼지 않도록 하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석면 위험소통 전문가(리스크 커뮤니케이터)가 참여해 국민의 눈높이에 맞춘 위험소통을 하루빨리 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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