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름
<동국신속삼강행실 열녀도>에는 다음과 같은 기사가 있다. “사비 ‘F리개’는 서울사람이니 임진왜란에 도적에게 잡힌 바가 되어 장차 몸을 더럽히려 하거늘 F리개는 도적을 꾸짖고 그를 좇지 아니하니 도적이 촌촌이 베었다. 금상조(광해군)에 정문하시니라.” <용비어천가>에는 야인과의 이야기가 많은 반면 <동국신속삼강행실>은 임진왜란·정유재란 때 다치고 죽은 사람들에 대해 그림과 글로 적고 있다. 허나 병자호란 때 다치고 죽은 이들에 대한 기록은 보이지 않는다.
F리개는 件里介(건리개)로 적었다. 옷 한 벌, 두 벌 세는 단위 ‘벌’은 중세 말로 ‘T’이고, 한자 ‘件’(건)으로 적었다. ‘F리’가 든 사내이름에 ‘F리·F리동이·F리쇠’, 계집이름에 ‘F리·F리가이·F리금이·F리녀·F리덕이·F리약’도 있다. ‘F리다’는 요즘말로 버린다는 말이다. 박춘영 선생댁 호구단자의 ‘F린녜’는 버린 여자라는 뜻이 분명하다. ‘바리’가 든 이름에 ‘바리개·바리덕이·바리쇠’도 있다. ‘바리’는 말이나 소의 등에 잔뜩 실은 짐, 또는 그런 짐을 세는 단위, 스님이 받아먹는 그릇인 발우 또는 놋쇠로 만든 아녀자의 밥그릇을 이르는 말이기도 하다.
바리덕이/F리덕이의 다른 이름 ‘바리데기’를 ‘버려진 아이’라고도 해석한다. 허나 옳은 해석에 이르기에는 아직 아는 것이 모자란 듯하다.
최범영/한국지질자원연구원 책임연구원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