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윤배 조선대 컴퓨터공학부 교수
기고
교육과학기술부 산하 사학분쟁조정위원회(사분위)는 지난 2일, 전체 회의를 열고 지난해부터 10개월째 이사 공백 상태에 있는 광운대, 세종대, 상지대, 조선대 등 4개 정상화 추진 사립대 중 광운대에 한해 ‘6개월짜리 임시 이사’ 파견 결정을 내렸다. 그리고 나머지 3개 대학에 대해서는 일단 결정을 유보한 채 오는 23일 다시 전체 회의를 열어 논의하기로 했다.
그러나 광운대 구성원들은 이번 사분위의 일방적인 결정에 강력히 반발하고 있어 그 귀추가 주목된다. 결국 나머지 3개 대학들도 한시적이지만 다시금 임시 이사 파견 가능성이 높아 이들 대학의 정상화는 여전히 안갯속이다. 교과부가 지난해 10월에 이어 또다시 임시 이사 재파견 음모를 획책하는 것은 ‘정이사’를 선임하라고 요구한 바 있는 종전의 입장을 하루아침에 스스로 뒤집는 후안무치한 처사로서 비난받아 마땅하다.
사분위 누리집에는 사분위의 설치 목적을 “분규 사학에 대한 효율적인 대응으로 학생들의 학습권 침해 최소화 및 안정적인 교육 환경 조성 도모”라고 명기하고 있다. 그러나 10개월이 넘도록 이사 선임 결정을 미룬 채 이쪽저쪽 눈치나 보면서 세월을 허송하고 있는 교과부와 사분위가 과연 사학 분쟁 조정자로서 제 소임을 다하고 있는 것인지, 또다시 교육 파행을 부추기며 직무 유기를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그저 답답하다.
옛 재단의 부정 비리 때문에 10~20년 이상 분규 사학의 오명 속에 시달려 온 세종대, 상지대, 조선대 등은 다시금 교과부와 사분위의 직무 유기와 안일 무사로 대학 정상화에 많은 고통과 어려움을 겪고 있다. 사실 이들 대학은 그동안 구성원들의 피나는 노력과 땀으로 지금 안정적 토대 위에 대학 운영을 지극히 정상적으로 하고 있어 더는 임시 이사 파견이 불필요한 상황이다. 따라서 교과부와 사분위는 이들 대학이 조속히 정이사 체제로 전환하여 더욱더 발전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격려해 주어야 마땅하고 옳은 일일 것이다.
그럼에도 교과부와 사분위가 직무 유기를 하면서까지 임시 이사 파견을 획책하고 있는 것은 등록금 착복, 교직원 채용 비리, 입시 부정, 그리고 교비 회계 부당 집행 등 각종 부정과 비리로 인해 이미 수년 전 법원 판결로 퇴출된 옛 재단을 다시 복귀시키려는 불순한 저의가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특히 옛 재단 인사들이 어떤 식으로든 대학에 발을 붙이게 된다면 다시금 학내 분규가 발생할 것은 불을 보듯 자명하다. 그로 말미암아 학생들의 학습권은 심각하게 침해될 것이고 안정적 교육 환경 조성 역시 더 이상 기대할 수 없을 것이다.
특히 사학은 설립자 개인의 사유물이 아니라는 사실은 삼척동자도 다 아는 일이다. 이런 까닭에 또다시 교과부와 사분위가 앞장서서, 각종 부정 비리를 저질러 이미 퇴출된 옛 재단에 면죄부를 주면서 교육 파행을 부추기고 교육 개혁을 후퇴시킨다면 심각한 국민적 저항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따라서 교과부와 사분위는 ‘나무만 보고 숲을 보지 못하는 우’를 더는 범하지 않길 바란다. 차제에 부정 비리를 저지른 사학 재단은 교육계에 더 이상 발을 붙이지 못하도록 법적·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고 사학법도 21세기 미래 지향적 방향으로 국민 정서에 맞게 재개정되어야 옳다. 그 까닭은 부정 비리 사학 재단은 도태되더라도 교육은 영원해야 하고, 그래야 우리 교육의 미래에 ‘희망’이 있기 때문이다.
이윤배 조선대 컴퓨터공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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