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오피니언 칼럼

[언어예절] 마름질 / 최인호

등록 2009-04-09 18:21

언어예절
문무(文武)를 보통 붓과 칼로 견준다. 실제로는 붓과 칼이 같이 놀 때가 많다. 말글을 부려 쓴다는 일이 칼질·난도질·가위질 그 자체인 때가 많은 까닭이다. 이름을 짓고 사물을 정의하고 판단하는 일이 칼질이자 마름질이며, 살을 쏘는 일과 닮았다.

어떤 사안을 두고 재단한다거나 마름질한다고 하면 옳고 그름을 헤아리고 이를 바탕으로 판단하는 걸 이른다. 재고 자르고 깁고 하는 바느질꾼·재단사의 일을 빗댈 수 있다. 찧고 까불고 이러쿵저러쿵하는 일들도 마찬가지다. 말에 가시(뼈)가 들었다, 화살을 날린다, 날이 섰다, 말이 날카롭다고 하는 비유들에서도 붓과 칼이 같이 놂을 볼 수 있다.

남의 얘기를 듣지 않거나 두루 살피지 않고 속내를 모르는 처지에서 올바른 진단·판단을 하기 어렵다. 하물며 부드럽고 화합하는 말을 어떻게 바라랴.

마름질에도 틀(본)이 있어야 하고, 잘라낸 베를 대어 깁는 일도 중요하다. 특히 이치를 세우고 엮는 논문·재판·해석 들에서 쓸모 있는 방식이지만, 일상 대화에서 각별히 따져서 확인할 때를 빼고서는 함부로 마름질하기를 삼갈 필요가 있다. 판단이 그릇될 수 있는데다, 자칫 오해나 감정을 사기 쉬운 까닭이다. 바라지도 않는 자리에서 배 놔라 감 놔라 하는 식의 간섭이나 훈수가 되기 십상이다.

최인호/한겨레말글연구소장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오피니언 많이 보는 기사

윤석열이 연 파시즘의 문, 어떻게 할 것인가? [신진욱의 시선] 1.

윤석열이 연 파시즘의 문, 어떻게 할 것인가? [신진욱의 시선]

“공부 많이 헌 것들이 도둑놈 되드라” [이광이 잡념잡상] 2.

“공부 많이 헌 것들이 도둑놈 되드라” [이광이 잡념잡상]

‘단전·단수 쪽지’는 이상민이 봤는데, 소방청장은 어떻게 알았나? 3.

‘단전·단수 쪽지’는 이상민이 봤는데, 소방청장은 어떻게 알았나?

극우 포퓰리즘이 몰려온다 [홍성수 칼럼] 4.

극우 포퓰리즘이 몰려온다 [홍성수 칼럼]

‘영혼의 눈’이 썩으면 뇌도 썩는다 5.

‘영혼의 눈’이 썩으면 뇌도 썩는다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