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주/목사
[연속기고] 종교인 오체투지 순례를 보며
“경제를 살리겠다”는 약속으로 다수 국민의 표를 얻어 이명박 정권이 수립된 지 일년 반이 되어간다. 그 사이에 우리는 무엇을 확인했나? 과연 이 정권의 약속대로 경제가 살아났는가? “그렇다”고, “죽어가던 이 나라 경제가 살아났다”고 대답할 사람은 아무도 없지 싶다. 오히려 우리는 경제라는 게 몇 사람이 뜻을 모아 살리려고 노력한다 해서 살아나는 물건이 아니라는 진실을 지금 어렵게 배워가는 중이다. 하루아침에 곤두박질하는 주가와 시간 단위로 오르락내리락하는 환율을 지하 벙커에서 작전 지휘하듯이 몇 가지 인위적 방법을 동원하여 안정시킨다? 내가 보기에 그것은 바람 부는 날 요동치는 바다의 파도를, 치솟는 물결은 내리누르고 곤두박질하는 물결은 떠받치는 방식으로 잠재워 보려는 시도만큼이나 우습고 같잖다. 작년 미국에서 일기 시작한 이른바 ‘금융대란’이라는 태풍이 그게 다름 아니라 몸 하나 꼼짝 않고 앉은자리에서 돈으로 돈을 벌겠다는 터무니없는 욕심과 저쪽 투자자들이 언제 무슨 짓을 할지 몰라서 초간 단위로 눈을 굴려야 하는 이쪽 투자자들의 불안심리와 거기서 파생되는 총체적 두려움의 합작품인데, 어느 정부 어느 경제팀이 무슨 재주로 그것을 평정할 것인가?
지금 누굴 탓하자는 얘기가 아니다. 사실 아무도 고의로 잘못하지 않았다. 다만 어리석었을 뿐이다. 너무 어리석어서 자기가 누군지, 지금 어디로 가고 있는지, 그걸 몰랐을 뿐이다. 어떤 사람들이 당을 만들고 세상일을 자기 뜻대로 운영해 보고 싶어서 “경제를 살리겠다”는 구호를 내걸었을 때, 그것이 얼마나 근거 없고 허망한 약속에 지나지 않는지를 알지 못한 채 박수 치고 지지하는 우를 범했을 뿐이다. 아무도 경제를 죽이겠다는 뜻을 품지 않았고, 아무도 국민을 속이겠다는 마음을 먹지 않았다. 다만 어리석었을 따름이다. 너무 어리석어서 자기가 지금 무슨 엉터리 약속을 하고 있는지 그걸 몰랐고, 자기가 지금 무슨 터무니없는 말에 속고 있는지 그걸 몰랐을 뿐이다.
아니다. 몰랐을 뿐 아니라, 아직도 여전히 모르고 있다.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라, 사람 세상에 일어나는 모든 일이 사람 마음에서 나오는 것임을 모르고, 경제 안정이든 경제 불안이든, 태평성세든 전쟁 난리든 그게 모두 사람 마음의 작용임을 모르고, 엉뚱한 곳에서 잃은 물건 엉뚱한 데서 찾아 헤매는 어리석음을 곱빼기로 연출하고 있는 것이다.
이윽고, 하늘 아버님과 땅 어머님이 당신 자식들의 허둥지둥하는 모습을 더 두고 볼 수 없으셨던가? 이른바 ‘종교인’이라는 찌지를 이마에 달고 살아가던 세 아들(규현, 수경, 종훈)을 특별 차출하여, 온몸을 땅바닥에 내어던지고 내어던진 그 몸을 하늘 향해 일으켜 세우고 다시 그 몸을 땅바닥에 내어던지는 ‘오체투지’를 시키신다. 그들은, 하늘 아버님과 땅 어머님이 어리석은 이 백성에게 주는 절박한 훈계를 전하기 위하여 온몸을 땀과 고통으로 절이며 이 나라 국토를 관통하는 심부름꾼들이다. 그들이 전하는 천지 부모의 메시지는, 바람 부는 날 바다의 파도처럼 널을 뛰는 온갖 경제지표들의 공갈에 더 속지 말고, 이제라도 늦지 않았으니, 하늘로 땅으로 귀의하라는 것이다.
하늘은 누군가? 자신은 어디에도 없으면서 모든 것을 있게 하는 가없는 허공이다. 땅은 누구인가? 가장 낮은 곳에 처하여 저에게로 오는 모든 것을 취사선택 없이 받아주는 바탕이다. 거기, 사람들이 하늘과 땅의 품에 자기를 귀의시켜 하늘과 땅을 닮아가는 바로 거기에 참 생명이 숨 쉬고 참 평화가 피어나리라.
이현주/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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