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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기고] 취재원 보호를 위한 미 의회의 노력 / 최진봉

등록 2009-04-15 21:49

최진봉 미 텍사스주립대 저널리즘스쿨 교수
최진봉 미 텍사스주립대 저널리즘스쿨 교수
기고
최근 한국에서는 방송사 피디를 현장에서 긴급체포하고, 프로그램 제작과 관련해 피디들의 집을 압수수색하는 등 언론 자유가 보장된 민주주의 사회에서는 쉽게 경험할 수 없는 일들이 버젓이 일어나 논란이 일고 있다. 이번 사태에서 중요한 쟁점이 되는 부분 중 하나가 취재 내용이 담긴 원본 테이프의 제출이다. 프로그램 제작팀은 언론 표현의 자유와 취재원 보호를 위해 원본 테이프를 제출할 수 없다고 버티고 있는 반면 검찰은 원본 테이프 확보를 위해 피디들에 대한 체포영장 집행과 방송사 압수수색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한국과 달리, 미국에서는 최근 법원의 소환과 취재원 공개 요구에 대해 언론인들이 거부할 수 있는 특권을 부여하는, 일명 언론인들을 위한 ‘보호법’(Shield Law) 제정이 추진되고 있다. 공화당 소속인 릭 바우처 의원이 제안해 현재까지 40여 명의 의원으로부터 지지 서명을 받은 이 법안은 이번 회기 안 처리를 목표로 입법을 추진중이다. 이전까지 이와 유사한 법안이 하원을 통과한 적은 있으나 그동안 상원에서는 한 번도 다루어진 적이 없다. 하지만 워싱턴디시 지역의 컬럼비아 특별구와 36개 주에서 취재원 보호를 위해 취재원에 대한 정보와 취재 내용 공개를 거부할 수 있는 언론인 보호법이 이미 제정돼 현재 적용되고 있어 언론인 보호법은 이번 회기 안에 미국 하원과 상원을 통과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현재 미국에서 취재원 보호는 제한적으로 보장되고 있다. 취재원 보호에 대한 판례를 보면 언론의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기 위해 언론인들이 취재원을 밝히지 않을 수 있지만 몇 가지 예외 조항을 두고 있다.

미국에서 취재원 보호와 관련한 가장 최근의 판례는 1972년의 브랜즈버그 사건이다. 이 사건의 발단은 미국 켄터키주에서 발행되는 <루이빌 쿠리어 저널>(Louisville Courier Journal)의 폴 브랜즈버그 기자가 1969년 두 명의 젊은이가 마리화나에서 마약의 일종인 해시시를 만드는 과정을 직접 목격하고 작성한 기사를 보도하면서부터 시작되었다. 이 기사와 관련해 켄터키 법원과 대배심원은 브랜즈버그 기자를 소환해 취재원이었던 두 명의 젊은이들의 신분을 밝힐 것을 요구했다. 그러나 브랜즈버그 기자는 언론의 표현의 자유 침해라며 취재원을 밝히지 않았고, 결국 이 사건은 연방 대법원까지 가게 되었다. 미 연방 대법원은 판결에서, 언론의 표현의 자유 보장을 위해 취재원과 취재물의 보호는 보장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예외적으로 기자가 명백하게 범죄와 관련된 정보를 가지고 있고, 그 정보가 언론의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면서까지도 얻어야 할 만큼 중대하고, 그 정보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사회적 이익이 압도적으로 우세할 때에 한해서 취재원 공개를 요구할 수 있다고 판시했다.

바우처 의원이 추진하고 있는 언론인 보호법은 이러한 연방 대법원 판례의 예외조항마저 언론인들의 표현의 자유 보장과 취재원 보호를 위해 삭제되어야 한다는 취지에서 시작되었다. 반면, 한국 정부는 민주주의의 성숙도를 측정하는 하나의 기준이 되는 언론의 자유와 표현의 자유, 그리고 권력기관에 대한 언론 감시 기능의 가치와 중요성에 대해 느끼지 못하는 듯하다. 정부 정책에 비판적인 프로그램의 제작진을 처벌하겠다고 하는 것 자체가 바로 표현의 자유와 언론 자유의 중요성을 깨닫지 못했다는 증거다. 표현의 자유를 바탕으로 한 언론의 자유가 억압되는 사회는 미래가 없다.

최진봉 미 텍사스주립대 저널리즘스쿨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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