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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언어예절] 신청·청구 / 최인호

등록 2009-04-16 21:41

언어예절
말도 본디 귀천과 높낮이가 없다. 사람이 말을 구분하고 차별하여 다루다 보니 달리 보이고 그렇게 쓰일 뿐이다. 대감과 상감을 두고 글자 뜻으로는 어느 쪽이 높은지를 따지기 어렵지만 임금을 상감이라고 하니 높아 보일 뿐인 것도 그렇다. 반대말들도 서로 맞서는 사물 따라 붙인 이름일 뿐이다.

법률 언어, 행정 언어를 규제하는 틀이 법률이다. 어떤 분야든 법률에서 용어나 이름, 지칭들이 정해지면 실천하고 행사하는 쪽에서는 이를 따르기 마련이다. 행정문서에서 쓰는 서식이나 용어들이 거의 그렇다. 일반에서도 외래어 쓰기가 늘어나지만, 법령이 이에 앞장서기도 한다. 새로 법령을 만들 때 한번 외래어를 쓰게 되면 다른 말로 고치기가 쉽지 않다. 지하철역에 가면 철로와 승강장 사이를 가로막는 시설이 있다. 이를 ‘스크린도어’라고 법령에 박아 놓아 ‘안전문’이라고 해도 될 걸 잘 고쳐 쓰지 못한다.

기관 따라 구분해 쓰는 말에 신청·청구가 있다. 형사소송법에서, 범죄 혐의자를 붙잡거나 구속하고자 할 때 “사법경찰관은 검사에게 신청하여 검사의 청구로” 관할 지방법원 판사한테 체포영장이나 구속영장을 떼어받도록 했다.

말뜻으로는 신청이나 청구나 구분이 안 되지만 특정 계층에서 쓰이는 계급이 다른 셈이다.

최인호/한겨레말글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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