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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기고] 굴포천 정비가 경인운하 대안이다 / 신창현

등록 2009-04-19 21:29

신창현 환경분쟁연구소장
신창현 환경분쟁연구소장
기고
4월17일은 한강하구가 습지보호지역으로 지정된 지 3년이 된 날이다. 한강하구 생태계를 위협하는 경인운하 문제는 인천시와 경기도, 서울시에 이르는 굴포천 유역의 홍수 방지 사업에서 시작됐다. 이것이 경인운하로 바뀌면서 정부와 현대건설 등이 민간투자 협약을 체결하여 1999년에 경인운하주식회사를 설립했다. 그러나 운하의 타당성 문제가 제기되자 정부는 한국개발연구원(KDI)에 용역을 의뢰했고, 결과는 비용 대비 편익이 0.82(100원 투자하면 82원 수익)로 경제성이 없다고 나왔다. 감사원 감사 결과도 비용 대비 편익이 0.76으로 나오자 국토해양부는 이미 신설했던 경인운하과를 폐지하고 경인운하주식회사도 해산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고 네덜란드 용역회사(DHV)에 10억원을 주며 다시 타당성을 검토한 결과 1.76이 나왔다. 지난 1월에 개발연구원이 발표한 용역 결과도 1.07로 나왔지만 둘 다 비용은 줄이고 편익은 부풀린 조작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경인운하에 배를 띄워 화물을 수송해 봐야 경제성이 없다는 것은 기획재정부도 인정한 사실이다. 민간투자 방식을 공기업 방식으로 바꾸고, 2조원의 공사비를 공채로 조달하기로 한 것도 정부 스스로 경제성이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 아닌가?

경인운하의 환경성 문제도 중요한 쟁점이다. 굴포천과 한강을 운하로 연결하면 환경부가 습지보호지역으로 지정한 한강하구 생태계가 심각하게 훼손된다는 것이 환경단체들의 주장이다. 이 주장의 진위를 가려야 할 환경부는 환경영향 평가서를 접수한 지 20일 만에 사업 추진에 동의했다. 규정에 따라 필요한 전문가 현장조사도 생략하고, 주민 의견 수렴을 위한 공청회는 반대 주민들의 출입마저 봉쇄하며 군사작전처럼 처리해 버렸다. 사업자인 한국수자원공사는 물론이고 사업승인기관인 국토해양부와 협의기관인 환경부 관계자 모두 환경영향평가법을 위반한 직무유기로 책임을 물어야 마땅하다. 특히 무분별한 개발에 맞서 환경을 지켜야 할 환경부가 환경 파괴의 위험이 있는 경인운하 사업에 서둘러 면죄부를 주는 행위는 환경부의 존재 이유를 스스로 부정하는 자해행위가 아닐 수 없다.

대운하를 반대하던 민주당이 경인운하 문제는 소극적인 이유도 이상하다. 경인운하를 찬성하는 국회의원들 때문에 당론을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는 소문도 있는데 이것이 사실이라면 민주당 역시 존재 이유를 상실한 정당이다. 경인운하는 정부가 추진하는 사업이니까 야당은 무조건 반대해야 한다는 뜻이 아니다. 특정인의 사당이 아니라 국민을 대변하는 공당이라면 치열하게 당론을 정하고 공표할 책임이 있다. 이제 와서 경인운하의 타당성을 검증해 보자고 제안한 것은 배 떠난 뒤에 손 흔드는 것과 다름이 없다. 찬반 양쪽의 눈치를 보며 정치적 득실만 따지는 것은 기회주의 정당이 하는 행동이다.

경인운하를 찬성하는 국회의원들은 운하의 지역개발 효과 때문에 찬성하는 듯하다. 그러나 지역개발 효과는 굴포천 정비 사업만으로도 충분히 달성할 수 있다. 길이 14㎞, 너비 80m의 굴포천 제방 양쪽에 4차선 도로와 2차선 도로, 5개의 다리를 건설하고, 4개의 테마공원과 역사문화 홍보관, 전망대, 습지원, 인공폭포 등을 조성하기 위해 5500억원의 예산을 투입하고 있다. 이 정도면 한강정비사업 못지않은 지역개발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대부분의 사회갈등은 반대 의견을 무시하고 밀어붙이는 임기이기주의 때문에 발생한다. 10년이 지났어도 반대의 열기가 식지 않는 경인운하는 사업을 보류하는 것이 진정한 의미의 녹색성장이다.

신창현 환경분쟁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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