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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짐승이름] 갈가지 / 정호완

등록 2009-04-22 19:04

짐승이름
“앞니 빠진 갈가지 앞도랑에 가지마라. 잉어새끼 놀랜다./ 뒷니 빠진 갈가지 뒷도랑에 가지마라. 붕어새끼 놀랜다./ 애꿎은 할머니만 못살게 굴었네. 어여쁜 아가야. 아무리 칭얼대도/ 우리 할미 얼굴에 함박꽃 웃음만 퍼지네. 아이구 강생이 다 컸구나.”(‘앞니 빠진 갈가지’에서)

갈가지가 여기저기 가리지 않고 먹잇감을 찾아 갈개질을 하는 것처럼 아이가 조심성 없이 아무데나 다님을 걱정하는 할머니의 마음을 노래하는 글이다. 여기서 갈가지는 어린아이를 귀염성 있게 가리킨다. 할머니에게는 어린 손자가 꽃이요 웃음이 아니겠는가.

‘갈가지’는 송아지·강아지·망아지의 ‘아지’를 연상하여 호랑이의 새끼로, 강원도에서는 ‘개호주’라 이른다. 고기를 밝히는 사람을 ‘고기 호주’라 하듯이 개를 먹잇감으로 좋아하는 짐승이라는 이야기다. 갈가지의 ‘갈’(葛)을 칡과 관련하여 풀이하기도 한다. 그런데 북한에서는 표범을 갈가지라 한다. 표범은 재빠르게 나무 위에 기어오를 수 있으며, 사냥한 먹이의 일부를 나뭇가지에 걸어 둔다. 표범은 작은 쥐부터 사슴까지 잡을 수 있는 짐승은 모두 잡아먹는다. 먹을 만큼 잡는 게 아니고 보이는 건 닥치는 대로 죽이는 습성이 있다. 호랑이는 먹을 만큼만 잡지만. 갈개질을 하며 저보다 약한 짐승을 잡아 죽인다는 특성을 살려 갈가지라 한 것이다. 요즘은 ‘달러 호주’들이 판을 치는 자본주의 세상이다.

정호완/대구대 명예교수·국어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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