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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언어예절] 일 / 최인호

등록 2009-04-23 21:31

벌이고 치르고, 생기고 만들고, 있고 없고, 되고 안 되고 … 하는 말들과 두루 어울린다. 일이 담고 있는 뜻갈래가 열이 넘지만, 실제 우리 사회에서 일(직업)의 가짓수는 헤아릴 수 없이 많다. 그런데도 일자리가 귀한 시절이다.

나랏일·집안일·회사일, 큰일·작은일, 궂은일·좋은일, 날일·삯일, 흙일·논일·들일·물일·막일 … 들을 보면, 그 앞에 놓인 말에 따라 일의 성질이나 규모, 품질이 달라짐을 알 수 있다.

일에서 비롯된 이런 일컬음(지칭)은 시대에 따라 사라지고 새로 생기기를 거듭한다. 식모나 애보개 대신 파출부·아줌마·베이비시터란 말이 쓰이더니 요즘은 아기돌보미·가사도우미가 널리 쓰인다. 공장일 중에서 힘들고 위험한 기피 업종은 외국인 노동자가 대신 하며, 그나마 품삯이나 땅값이 싼 나라로 공장이 옮아간다. 공돌이·공순이 같은 얕잡는 말을 쓰지 않은 지도 오래다.

어떤 일을 하는 사람을 가리키는 뒷가지로 ‘쟁이·장이·꾼’을 쓴다. 대체로 그 사람을 홀하게 일컫는 구실을 한다. 날일꾼·삯꾼·장사꾼·씨름꾼 …, 옹기장이·미장이, 글쟁이·풍물쟁이·양복쟁이 …. 다행인 건 ‘꾼’ ‘쟁이’ 홀로 그 방면의 ‘전문가’를 일컫는 말로 쓰이는 조짐이다.

사람한테 일이란 힘이요 보람이다. 말을 바꾼다고 일거리나 일터를 가리기는 어렵다.

최인호/한겨레말글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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