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종환 동국대 명예교수
기고
재래시장이 대규모 양판점에 눌려 기진맥진이다. 기업 프렌들리를 우선시해 온 이명박 정부 정책의 필연적 결과다.
일본에서는 지자체마다 재래시장 살리기에 경쟁적으로 나서고 있다. 재래시장조합이 발행한 상품권에 지자체 예산으로 일정 비율의 보조금을 지급하고, 지역주민 전체에 이를 배부하여 재래시장에서 물품을 구입하면 자동으로 상당액의 할인혜택을 받게 하는 식으로 재래시장의 경쟁력을 높여주고 있다고 한다. 우리에게 좋은 참고가 된다.
이명박 정부는 기업 프렌들리 정책을 내걸고, 기업이 살아나면 일자리도 자연히 늘어난다는 생각에 집착하고 있다. 그러나 분명히 알아야 할 것은 현재 가장 어려운 삶을 이어가고 있는 사회계층은 비정규직과 재래시장 상인과 영세농민 등, 이른바 ‘서민’들이라는 사실이다. 기업 소유자는 서민 속에 포함시키기 어렵다. 어느 정도는 있는 사람들이다.
지금 국회에 제출되어 있는 추경예산의 내용도 건설업 살리기 등이 대부분이고, 정말 서민들이 갈망하는 것들은 경시되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제가 어려울 때, 가난한 서민들이 기댈 수 있는 데는 정부밖에 없다. 정부는 가장 높은 단계의 공동체이기 때문이다. “가난은 나라도 구할 수 없다”는 생각은 지극히 잘못된 구닥다리 관념이다. 19세기에는 통했지만 21세기엔 통하지 않는다. 가난한 서민에 대해서는 최고의 공동체인 국가가 책임을 져야 한다. 이것이 복지국가를 지향하는 21세기형 사고다. 복지국가를 지향해 온 북유럽 나라들은 일인당 국민소득에서도 가장 상위권에 있다.
자유경쟁, 규제완화, 개인책임을 강조해 온 시장만능의 경제학과 신자유주의 세계화는 이미 파탄이 났다. 그런데도 여기에 매달려 서민 살리기를 외면하고 기업 살리기에만 열중하는 현 정권의 잘못된 정책은 지금 국회에 제출되어 있는 추경예산안에 여실히 반영되어 있다. 경제 살리기를 기업 살리기로 착각하고 있는 이번 추경예산안은 전면적으로 서민경제 살리기의 방향으로 개편해야 한다. 그 방법 중 일례는 일본 지자체들이 실시하고 있듯이 재래시장 쪽으로 구매자를 유인하는 방향으로 예산의 일부를 할애하는 것이다.
재래시장 상품권에 일정 비율의 보조금을 주고, 이를 주민들에게 나누어 주면, 정부 지원이 필요하지 않은 고소득층에도 보조금을 지급하게 되는 난점이 지적될 수 있다. 그러나 그런 부작용은 재래시장에 구매자들을 더 많이 끌어당겨주고 재래시장을 활성화하는 효과로 충분히 보상받을 수 있다.
재래시장연합회 쪽에서는 대규모 양판점에 대한 항의시위 같은 것을 추진하고 있다고 한다. 항의시위보다는 실효성 있는 정책을 촉구하는 대안 제시와 여론 조성이 더 바람직하지 않을까 한다.
외국의 경우, 대규모 양판점이 들어서려면 주변 재래시장 점주들이 일정 비율 이상 동의해야 한다는 제도가 있다. 이명박 정부는 이에 역행하여 획일적 규제완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서민층이 가장 힘들어하는 일에는 이 밖에도 어린아이 육아 문제와 과외비 문제가 있다. 한국의 출산율이 다른 나라에 비해 매우 낮은 이유도 맞벌이 서민가정의 고민을 덜어주는 정책에 너무나 인색하기 때문이다. 지금 국회에 제출된 추경예산안의 전면적 개편이 필요하다. 서민들은 누가 자기편인지를 현명하게 판단해야 한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고 했다. 허상을 걷어내고 냉철한 눈으로 사태의 본질을 보아야 한다. 그것이 서민들이 살 수 있는 길이다. 주종환 동국대 명예교수
외국의 경우, 대규모 양판점이 들어서려면 주변 재래시장 점주들이 일정 비율 이상 동의해야 한다는 제도가 있다. 이명박 정부는 이에 역행하여 획일적 규제완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서민층이 가장 힘들어하는 일에는 이 밖에도 어린아이 육아 문제와 과외비 문제가 있다. 한국의 출산율이 다른 나라에 비해 매우 낮은 이유도 맞벌이 서민가정의 고민을 덜어주는 정책에 너무나 인색하기 때문이다. 지금 국회에 제출된 추경예산안의 전면적 개편이 필요하다. 서민들은 누가 자기편인지를 현명하게 판단해야 한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고 했다. 허상을 걷어내고 냉철한 눈으로 사태의 본질을 보아야 한다. 그것이 서민들이 살 수 있는 길이다. 주종환 동국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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