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오피니언 칼럼

[유레카] 마중물 / 정남구

등록 2009-04-28 22:41

정남구 기자
정남구 기자
유레카
펌프로 샘물을 퍼올리려면 펌프장치 안에 먼저 한 바가지 정도의 물을 부어야 한다. 펌프와 샘을 이은 파이프 안의 공기를 없애기 위한 것인데, 이를 마중물이라 한다. 마중물을 붓지 않고는 아무리 펌프 지렛대를 움직여도 공기만 퍼올릴 뿐이다. 마중물을 붓고 펌프질을 하면 처음에는 마중물이 흘러나오다가, 이어 샘물이 퍼올려진다. 마중물을 너무 적게 붓거나, 펌프질이 어설프면 마중물만 나오고 말기도 한다.

경기후퇴 때 정부가 재정지출을 늘리는 것은 경제라는 펌프 안에 마중물을 붓는 것과 비슷하다. 부족한 총수요를 직접 창출함으로써 생산과 고용이 일어나게 하는 것이다. 경제가 스스로 굴러갈 수 있게 하기 위해서다. 재정을 계속 쏟아부어야 경제가 굴러간다면 이는 끝없이 마중물만 퍼붓는 격이다.

지난 1분기 우리 경제의 전기 대비 성장률이 0.1%로 플러스 성장을 했다고 해서 화제다. 외국계 금융회사들은 -4~-5%로 잡았던 올해 한국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잇따라 상향조정했다. 걱정의 목소리를 키우던 그들이 한국 경제를 칭찬하는 쪽으로 싹 돌아섰다. 정말 그럴 만한 결과가 나온 것인가?

사실 0.1%라는 1분기 성장률 수치는 0.0517%를 반올림해서 나온 것이다. 0.05%와 0.1%는 ‘면허 정지’냐 ‘면허 취소’냐의 차이만큼 크다는 우스갯소리도 나온다. 아무튼 플러스 성장은 반가운데, 그것을 경기부양책의 성공 사례로 추어올리는 것은 낯간지럽다. 1분기 플러스 경제성장률은 6.1% 성장한 건설업, 1.8% 성장한 금융보험업의 힘이었다. 샘물이 퍼올려진 것이 아니라, 마중물이 흘러나오는 것을 보고 환호성을 질러선 안 된다. 실물경기가 뒤를 잘 따라오는지 살펴보지도 않은 채 혼자 줄달음질을 친 주식시장을 더 내달리라고 자꾸 부추기는 것도 길게 보면 현명한 일이 아니다.

정남구 기자 jeje@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오피니언 많이 보는 기사

윤석열이 연 파시즘의 문, 어떻게 할 것인가? [신진욱의 시선] 1.

윤석열이 연 파시즘의 문, 어떻게 할 것인가? [신진욱의 시선]

“공부 많이 헌 것들이 도둑놈 되드라” [이광이 잡념잡상] 2.

“공부 많이 헌 것들이 도둑놈 되드라” [이광이 잡념잡상]

‘단전·단수 쪽지’는 이상민이 봤는데, 소방청장은 어떻게 알았나? 3.

‘단전·단수 쪽지’는 이상민이 봤는데, 소방청장은 어떻게 알았나?

극우 포퓰리즘이 몰려온다 [홍성수 칼럼] 4.

극우 포퓰리즘이 몰려온다 [홍성수 칼럼]

‘영혼의 눈’이 썩으면 뇌도 썩는다 5.

‘영혼의 눈’이 썩으면 뇌도 썩는다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