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오피니언 칼럼

[기고] 영리병원 논쟁에 가린 가난한 환자들 / 김창보

등록 2009-05-04 18:56수정 2009-05-04 21:06

김창보  건강세상네트워크 정책위원장
김창보 건강세상네트워크 정책위원장
기고
경제위기 시대라고 한다. 국제통화기금(IMF)은 현재 세계경제의 침체가 심각하며, 회복에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런 경제위기의 시대에는 일반적으로 사회 양극화가 심화되며, 중산층의 붕괴와 빈곤층의 확대가 나타난다고 한다. 최근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연구를 보면, 이번 경제위기는 실직과 저소득, 비정규직 확대 등 고용불안으로 빈곤층을 400만명까지 늘릴 것으로 보고하였다.

문제는 이 경제위기가 우리 사회에서도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는 데 있다. 이는 여러 경제지표에서 이미 나타나고 있다. 실업자 수는 100만을 넘어섰으며, 지난 3월 취업자 수는 19만5000명으로 1997년 이후 최저수준을 기록했다. 고용보험의 실업급여를 받는 사람도 지난 3월에 44만5000명으로 고용보험이 생긴 이래 최대였다.

빈곤층의 확대는 필연적으로 건강상의 문제를 발생시킨다. 이와 관련해 세계보건기구(WHO)는 1930년 대공황 이후 가장 심각한 이번 경제위기가 사람들의 건강을 위협할 것이라고 보고, 세계 모든 나라의 정부에 국민들의 건강상태를 모니터하고 특히 취약계층의 건강과 생활을 보호하기 위하여 관련 예산을 늘릴 것을 권고하고 있다.

그런데 우리 정부는 거꾸로 가고 있다. 보건복지가족부 예산 중에서 ‘취약계층 보건의료 지원’을 위한 예산액은 2008년 3조9300억원이었던 것이 2009년에는 3조6754억원으로 6.5% 줄어들었다. 반면 ‘의료 민영화’를 추진하기 위한 예산은 ‘의료산업 육성’이라는 명목으로 2008년에 비해 50% 이상 증액하였다.

더욱 가관인 것은 엠비(MB)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영리법인 병원의 허용’이다.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은 영리법인 병원이 도입되면 의료서비스의 질이 좋아지고, 의료비도 낮아질 것이라고 말하지만 이것은 잘못된 기대다. 미국의 경험이나 세계 보건경제 전문가들의 연구 결과에 비추어 보면 영리법인 병원은 오히려 국민들의 의료비 부담을 크게 만들며, 이윤추구 행태로 인하여 의료의 질 또한 비영리법인 병원에 비해 좋다고 볼 수 없다고 한다.

우리 사회가 지금 벌이고 있는 ‘영리법인 병원’ 허용 논쟁은 두 가지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다. 하나는 정부 입장에서 보더라도 ‘영리법인 병원’을 밀어붙여서 얻을 수 있는 ‘실익’이 분명하지 않다는 것이며, 다른 하나는 이런 논쟁으로 인하여 정작 경제위기의 시대에 국민들의 건강과 의료이용을 보장하기 위해 실질적으로 필요한 논의는 진척되지 못한다는 데 있다.

이런 점에서 엠비 정부와 우리 사회에 제안하고자 한다. 영리법인 병원 등 의료 민영화와 관련한 제도적 추진을 중단하자. 그리고 길고 어두운 경기침체의 시기에 사회 양극화를 완화하고 국민들의 건강과 의료이용을 보장하며, 취약계층의 삶을 보장하기 위한 우리 사회의 대처방안을 논의하는 데 집중하자.


구체적으로는 정부의 책임과 역할을 확대하고, 건강보험과 의료급여 등 의료보장제도를 개선하여 사각지대를 해소하며, 보건의료 분야에 정부 예산 등 공공재정을 투입하여 간병인의 제도화 등을 추진하는 등 일자리 창출에 대해 전사회적으로 논의하자. ‘의료 민영화’ 논쟁으로 인해 사회적 갈등과 분열을 만드는 정책을 즉각 중단하고 “경제위기의 시대, 가난한 환자들의 삶은 계속될 수 있는가”에 대한 물음에 답하기 위한 논의에 우리 사회의 모든 힘을 모아보는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란다.

김창보 건강세상네트워크 정책위원장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오피니언 많이 보는 기사

윤석열이 연 파시즘의 문, 어떻게 할 것인가? [신진욱의 시선] 1.

윤석열이 연 파시즘의 문, 어떻게 할 것인가? [신진욱의 시선]

“공부 많이 헌 것들이 도둑놈 되드라” [이광이 잡념잡상] 2.

“공부 많이 헌 것들이 도둑놈 되드라” [이광이 잡념잡상]

‘단전·단수 쪽지’는 이상민이 봤는데, 소방청장은 어떻게 알았나? 3.

‘단전·단수 쪽지’는 이상민이 봤는데, 소방청장은 어떻게 알았나?

극우 포퓰리즘이 몰려온다 [홍성수 칼럼] 4.

극우 포퓰리즘이 몰려온다 [홍성수 칼럼]

‘영혼의 눈’이 썩으면 뇌도 썩는다 5.

‘영혼의 눈’이 썩으면 뇌도 썩는다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