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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짐승이름] 오디새 / 정호완

등록 2009-05-06 18:30

짐승이름
어느 날 솔로몬 왕이 사막을 여행했다. 날씨가 무더워 곧 쓰러질 듯. 그때 어디선가 오디새 한 무리가 날아와 햇빛을 가려 왕의 시름을 풀어주었다. “내 그대들에게 상을 주고 싶다.” “임금님의 금관을 갖고 싶습니다.” 왕은 청을 받아들였다. 이후 오디새들은 머리에 금관을 쓰게 되었다. 이 일을 알게 된 사람들은 금관을 뺏으려 앞을 다퉈 오디새를 잡고자 했다. 새들에게 금관은 이제 자랑도 아닐뿐더러 오히려 칼날이 되었다. 새들은 왕에게 갔다. “금관 때문에 우리가 죽게 생겼으니 떼어주십시오.” 왕은 금관을 떼어내고 황금빛 볏을 주었다. 그러나 오디새들은 예전의 화려한 모습을 아쉬워하며 물이 고인 곳이면 으레 머리를 숙이고 자기 모습을 비춰 본다고 한다.(이스라엘의 전설)

오디새는 달리 후투티라고 이른다. 뽕나무 열매, 오디가 익어갈 무렵 뽕나무에 앉아 해로운 벌레들을 잡아먹는 고마운 새라고 ‘오디새’라 불렀다. 머리 깃털이 인디언 추장 같다 하여 ‘추장새’라고도 하는 여름철새다. 오디의 사투리로 고둘개(대구·경산)와 고들개(경주·영양·봉화)가 있고, 오덜개 혹은 오들개(합천)라고 한다. 고둘개는 ‘곧’에 ‘-울개(을개)’가 붙은 말. 논고둥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곧-곳-곶’에서와 같이 열매가 고둥처럼 툭 튀어나와 그리 부르다가 소리가 떨어지면서 ‘고둘개>오들개-오디’로 바뀌었다. 새의 볏이 튀기는 튀었지.

정호완/대구대 명예교수·국어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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