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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기고] 이명박과 앨 고어 / 최승국

등록 2009-05-06 21:53수정 2009-05-06 21:54

최승국  녹색연합 사무처장
최승국 녹색연합 사무처장
기고
4대강 죽이기에 앞장서고 있는 이명박 대통령이 이젠 녹색운동까지 욕보이려 하고 있다. 지난달 여성부 행사에 이어 5월5일, 어린이날 행사에 참여한 이명박 대통령은 퇴임 뒤 녹색운동을 하겠다고 말해 정작 녹색운동을 하고 있는 많은 녹색운동가들의 분노를 자아내고 있다.

나도 지난 20년간 녹색운동을 해 오면서 이처럼 어이없고 화가 나는 일은 처음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아무리 말을 막 한다 해도 정도가 있어야 한다. 녹색운동과는 정반대의 길을 가고 있는 사람이 녹색운동을 운운하는 것은 도저히 국민들이 받아들일 수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물론 대통령이나 주요 정치인이 퇴임 후 환경운동을 하겠다는 것 자체는 두 손을 들어 환영할 일이다. 미국 부통령을 지내고 대통령 후보로 출마했던 앨 고어가 퇴임 후 기후변화의 위기를 알리는 ‘환경운동 전도사’ 구실을 톡톡히 해내고 있는 것이 대표적인 사례이다. 그가 만든 영화 <불편한 진실>은 기후변화에 대한 미국인들의 생각을 바꾸는 데 획기적인 몫을 하였고 전세계인들에게 기후변화에 대한 대응이 얼마나 절박한지를 분명하게 전달하였고, 지금도 실제 기후보호 운동에 앞장서고 있다. 그러나 그는 이명박 대통령과 비교 자체가 안 되는 사람이다. 앨 고어는 부통령이 되기 전부터 환경운동에 관여해 왔던 사람이고 그가 정치인으로 지내는 동안에도 기후문제에 끊임없이 관심을 갖고 몫을 해 왔다. 그러나 이명박 대통령은 재임 중에 환경보호는커녕 환경 파괴에 앞장서고 있는 사람이다. 그가 청계천 복원을 통해 환경 이미지를 갖고 있는 것은 사실이나 청계천 복원도 알고 보면 생태 복원과는 거리가 먼 도심의 ‘조경 하천’ 수준이다.

녹색운동이 무엇인가? 환경운동이 그 중심에 인간이 있고 인간이 지속 가능하게 살 수 있는 조건을 만드는 운동이라면, 녹색운동은 그 중심에 인간과 자연생태계가 함께 있다. 즉 인간과 자연생태계의 공존을 위해 노력하는 운동이다. 그리고 녹색 경제를 통해 경제 패러다임을 근본부터 바꾸기 위해 활동하고 있다. 다시 말해 녹색운동은 좀더 근본적인 환경운동이다. 그리고 수많은 녹색운동가들이 녹색운동의 기치를 들고 녹색 경제와 녹색 세상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러나 이명박 대통령이 추진하는 녹색 성장 어디에도 생태계에 대한 배려는 찾아볼 수 없다. 4대강에 16개의 보를 만들어 물길의 흐름을 막고, 준설이라는 이름으로 강바닥의 모래와 자갈을 완전히 파내는 것이 이명박식 녹색 성장이고, 이미 경제성이 없고 생태계 훼손에 대한 우려가 많음에도 경인운하를 녹색 뱃길로 포장해 강행하는 것이 이명박식 ‘사이비 녹색’이다.

자신의 치적을 위해 한강과 낙동강, 금강, 영산강을 죽음의 수로로 만들고 그 속에 살고 있는 수많은 야생 동식물을 죽음으로 내몰고 있는 것이 이명박식 녹색 성장이다. 해마다 찾아오는 수십만 마리의 철새들의 보금자리를 빼앗고, 낙동강을 따라 아름답게 발달해 있는 모래사장과 습지를 없애고 골재를 팔아먹는 것이 이명박식 녹색 뉴딜이다.

이런 그가 녹색운동을 거론할 자격이 있는지 묻고 싶다. 이런 사람이 녹색이란 말을 입에 올려도 좋은지 의문이다. 어린이날 아이들 앞에서 한 이야기니 자라나는 어린이들이 녹색운동에 대한 개념을 잘못 이해할까봐 심히 걱정이 아닐 수 없다. 이명박 대통령은 스스로 부끄러움을 아는 사람이라면 더 이상 녹색을 입에 담지 말아야 한다. 그리고 퇴임 후에 녹색운동을 고려할 것이 아니라 재임중에 자연생태계, 즉 녹색을 파괴하는 정책을 멈추고 지금 있는 녹색을 지키는 것이 더 중요하다.

최승국 녹색연합 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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