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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삶과경제] 지역이 살아야 한국이 산다 / 우종원

등록 2009-05-13 23:12

우종원 일본 사이타마대 교수·경제학
우종원 일본 사이타마대 교수·경제학
삶과경제
요즘 우리나라를 보고 있자면 마음이 조마조마해진다. 시쳇말로 너무 잘나가기 때문이다. 주가지수는 어느새 경제위기 이전 수준을 회복했다. 연일 지면을 장식하는 것은 우리 자동차가 미국과 중국에서 선전하고 있다는 기사다. 언제까지 이런 좋은 성적이 지속될 수 있을까.

조마조마해지는 것은 ‘백년에 한 번’ 온 경제위기에 온몸으로 맞서고 있다는 긴장감이 느껴지지 않기 때문이다. ‘백년’이 뜻하는 것은 단지 강도가 크다는 것이 아니다. 위기가 구조적이어서 이를 해결하지 않는 한 극복도 싶지 않다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는 원화 약세에 힘입은 수출 증대와 초대형 경기부양책으로 위기에서 탈출할 수 있다는 낙관에 젖어 있는 듯하다.

적어도 일본에서 보자면 그렇다. 일본은 구조를 바꾸기 위한 논의를 이미 시작했다. 올해 정권 교체를 노리는 민주당은 “내수주도 경제구조로의 전환”을 천명했다. 미국의 내수에 기대는 수출경제에 미래를 맡길 수는 없다는 것이다. ‘수출대국’ 일본에서 수출이 총수요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6%에 불과하다. 이에 비하면 우리는 3배에 가까운 43%이다. 우리는 이대로 좋은가.

외수 의존에서 탈피해야 할 이유는 또 있다. 고도성장기와는 달리 수출이나 국외생산에서 얻은 이익이 내수로 연결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근래 심화된 고용난과 빈곤이 이를 웅변한다. 새로운 성장동력 확보와 삶의 질 향상도 내수를 진작시켜야 할 큰 이유이다. 환경, 의료, 복지, 서비스 등 우리가 발전시켜야 할 분야는 내수를 기반으로 하기 때문이다.

요컨대 경제위기에 대한 우리의 대응은 지나친 외수 의존에서, 외수와 내수의 균형을 이루는 ‘패러다임’ 자체의 전환이어야 한다. 하지만 현실은 줄어든 외수를 당분간 내수로 땜질하는 ‘경기대책’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런 차이는 ‘지역’에 관한 인식 결여에서 단적으로 나타난다. 내수를 구조적으로 뒷받침하는 것은 지역의 활력이다. 하지만 우리 정책과 담론에서는 지역에 대한 관심이 결정적으로 부족하다. 일본의 두세 가지 사례에 비추어 무엇이 부족한지 살펴보자.

일본 남부에 위치한 전통적인 공업도시인 하마마쓰시는 ‘창업도시’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산업창조센터’를 설립했다. 센터는 창업에 관한 상담업무 외에 ‘판로개척 지원업무’에도 적극 나섰다. 1년여 동안 1100개 회사를 상호 연결해 400건의 거래를 트는 데 성공한 것이다. 이처럼 산학 연계가 아니라 ‘산산(産産) 연계’를 통해 스스로 내수시장을 개척하는 네트워크가 우리에게는 부족하다.

동북지방의 거점도시인 요네자와시에서는 ‘산학금(産學金) 연계’를 본격화했다. 대학의 지원 아래, 지역 금융기관으로 하여금 재무제표만이 아니라 경영자의 소질과 제조라인까지를 평가해 중소기업을 지원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지역 스스로 내수의 씨를 뿌린다는 발상과 체계이다. 우리는 구제금융 위기를 거치면서 금융산업이 고도로 중앙집권화되었다. 이런 구상이 나올 수가 없다.

지역에 대한 인식 차이는 일자리 창출 정책에서도 그대로 드러난다. 우리 정부가 추진하는 ‘희망근로 프로젝트’는 전통적인 공공사업 중심의 실업대책이다. 그것도 단기간 근로이다. 일본도 이런 사업이 없지는 않다. 하지만 지자체가 지역재생에 필요한 고용창출 계획을 스스로 마련하고 중앙정부가 이를 재정적으로 후원하는 방식으로 선회하고 있다.


경제위기가 아니더라도 우리 지역은 이미 피폐해져 있다. 국민소득 2만달러 사회라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이다. 지역이 살아야 내수가 살고 삶의 질이 높아진다. 지역이 살아야 위기에서 벗어나 한국이 선진국으로 도약할 수 있다.

우종원 일본 사이타마대 교수·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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