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오피니언 칼럼

[짐승이름] 도요새 / 정호완

등록 2009-05-20 22:08

짐승이름
“배고프다. 어디 맛있는 물고기나 조개가 없을까.” 모래사장을 보니, 조개가 껍데기를 벌리고 쿨쿨 자고 있는 것이 아닌가. 도요새는 다가가 조갯살을 쪼아 먹으려고 했다. “아야!” 깜짝 놀란 조개는 황급히 껍데기를 닫았다. 이번엔 도요새의 부리가 조개껍데기에 꽉 물렸다. “아이고, 아파. 이거 놓지 못해.” 조개가 부리를 놓지 않자, 도요새는 화를 냈다. “흥, 계속 그러고 있으면 너는 말라비틀어져서 죽어버릴걸.” “뭐라고? 이대로 너의 부리를 물고 있으면, 넌 아무것도 못 먹고 죽고 말 거야.” 어디선가 이 광경을 본 어부는 도요새와 조개를 모두 잡아버렸다.

어부지리(漁夫之利)에 대한 고사이다. 죽기 살기로 싸우다가는 모두가 함께 거꾸러지고 만다. 정신없이 살다 보면 내게도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음을 돌아보아야 한다. 남북한이 으르렁거리고 싸우다 보면 누가 어부의 이익을 볼 것인가. 밤에 불을 봄과 같다.

도요새는 얕은 물을 걸어다니며 물고기나 벌레들을 잡아먹고 산다. 물에 떠다니는 갈매기류와는 다르다. 하지만 부리가 길고 날카롭다. 일종의 섭금류의 물새다. 도요새의 옛말이 도요 혹은 도요새(훈몽자회)다. 미루어 보건대, 물속에 우뚝 서서 물고기를 기다리며 사냥을 준비하고 있는 새매를 나타내는 도요에서 비롯한 것으로 보인다. 몸은 작지만 멀리 혹은 높이 날며 자신의 그림자를 생각하는 도요새의 명상을 배울 필요가 있다. 때로는 살기 위하여.

정호완/대구대 명예교수·국어학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오피니언 많이 보는 기사

윤석열이 연 파시즘의 문, 어떻게 할 것인가? [신진욱의 시선] 1.

윤석열이 연 파시즘의 문, 어떻게 할 것인가? [신진욱의 시선]

“공부 많이 헌 것들이 도둑놈 되드라” [이광이 잡념잡상] 2.

“공부 많이 헌 것들이 도둑놈 되드라” [이광이 잡념잡상]

‘단전·단수 쪽지’는 이상민이 봤는데, 소방청장은 어떻게 알았나? 3.

‘단전·단수 쪽지’는 이상민이 봤는데, 소방청장은 어떻게 알았나?

극우 포퓰리즘이 몰려온다 [홍성수 칼럼] 4.

극우 포퓰리즘이 몰려온다 [홍성수 칼럼]

‘영혼의 눈’이 썩으면 뇌도 썩는다 5.

‘영혼의 눈’이 썩으면 뇌도 썩는다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