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승환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기고
광우병 발생을 이유로 2003년 5월 이래 캐나다산 쇠고기 수입을 전면 금지해 온 우리나라를 캐나다가 2009년 4월9일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하면서 현재 무역기구 협정에 따라 양국간에 협의 절차가 진행중이다.
한-캐 쇠고기분쟁의 핵심 쟁점은 광우병 우려 쇠고기의 인체 위해성 여부에 대한 과학적 증거와 차별 대우 여부로 요약될 수 있다. 미국과 같이 국제수역사무국(OIE)으로부터 ‘위험통제국’이라는 지위를 부여받았음에도 캐나다산 쇠고기 수입을 전면 금지하는 것은 관세무역일반협정(GATT) 제20조와 ‘위생검역협정’에 위반되는 자의적인 차별이며, 캐나다산 쇠고기 수입 금지는 과학적 증거가 없다는 캐나다 쪽 주장에 동조하는 견해도 있다.
그러나 캐나다 쪽이 주장하는 ‘위생검역협정’상의 비차별 요건은 “동일하거나 유사한 조건하에 있는” 회원국들간에만 적용됨에 유의하여야 한다. 2008년 11월 현재 15번째로 광우병 소가 확인된 캐나다의 경우처럼 국제수역사무국으로부터 ‘위험통제국’으로 인정받았다고 하더라도 광우병의 발생 빈도에 있어 상당한 차이가 발견되는 경우에는 “동일하거나 유사한 조건하에 있는” 회원국이라고 볼 수 없기 때문에, 상이한 위생검역규제가 정당화될 수 있다. 2008년 12월 현재 31개국이나 되는 국가들이 캐나다산 쇠고기 수입을 전면 금지하고 있는 사실은 캐나다를 미국과 같이 “동일하거나 유사한 조건하에 있는” 회원국으로 간주하고 있지 않음을 의미한다. ‘위험통제국’으로 판정받은 유럽연합에 대해 미국이 현재까지 유럽연합산 쇠고기 수입을 전면 금지해 왔음에도 유럽연합이 미국을 무역기구에 제소하지 않은 점 등은 시사하는 바가 많다.
광우병 감염 쇠고기의 인체안전성 여부는 과학자들간에도 논란이 많다. 식습관이나 유전자형의 차이에 따른 추가 발병 위험은 없는지, 다른 제2차 감염 경로는 없는지 등 인간광우병에는 해결해야 할 불확실성이 여전히 많다. 다행히 ‘위생검역협정’은 인체 위해성에 관한 과학적 증거가 불충분한 경우에도 회원국이 잠정적으로 사전주의적 예방 조처를 하는 것을 명시적으로 허용하고 있다. 다만 ‘위생검역협정’상 정당화되는 사전주의적 위생검역 조처는 피해의 심각성에 비례하고, 비차별적이고, 입수 가능한 적절한 정보에 입각하여 정기적으로 재검토되어야 한다.
국제수역사무국 기준은 회원국들이 반드시 준수해야 할 구속력 있는 절대적 기준이 아니다. 일본, 대만, 유럽연합 등 다수 국가들은 사무국 기준보다 엄격한 특정위험물질(SRM) 기준을 설정하여 쇠고기 수입을 제한하고 있으나, 사무국 기준에 합치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현재까지 무역기구에 제소된 바가 없다. 2004년 이전의 과학적 근거에 의해 작성된 사무국 기준은 최근의 과학적 결과를 바탕으로 제정된 2008년 유럽연합 기준에 비해 안전성이 확보되지 못한 비과학적 기준이라는 점도 광우병 발생 국가로부터 수입되는 쇠고기의 안전성을 보장하기 어려운 논거로 제시될 수 있다.
최근 멕시코에서 발생한 신종 인플루엔자가 세계적으로 확산되면서 상당한 피해가 발생된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세계화와 자유무역의 확대는 결과적으로 인간이나 동물 및 식품을 통한 각종 질병의 신속한 세계화에도 많은 기여를 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른바 위해식품 유통의 세계화 시대에 국민 건강을 보호하고 검역주권을 수호하기 위한 정부당국의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한 시점이다.
최승환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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