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승규 전 세종대 총장, 서울대 명예교수
기고
전직 대통령이 몸을 던져 숨을 거두는 세상, 상식과 윤리가 통하지 않는 사회가 이 땅의 현주소인가? 나는 세종대학교와는 아무런 인연도 없이 총장으로 선임되어 3년의 임기를 마치고 후임도 없이 물러났다. 나는 교육과학기술부의 상식에 어긋나는 처사를 보면서 이를 사회에 고발하여 교육의 현장을 정화하도록 힘쓰는 것이 교육자로서 최소한의 윤리라고 생각한다.
세종대학교는 알려진 바와 같이 2004년 교육부 감사에서 전임 이사장의 113억원이라는 교비 횡령 등 각종 비리가 드러났다. 이로 인하여 이사진 퇴진과 임시이사 파견으로 대학의 안정을 추구했고, 두 번에 걸쳐 파견된 임시이사의 임기는 2008년 6월30일로 끝났다. 이에 교육부는 세종대에 정상화 계획서를 내고 정이사 후보를 추천하도록 지시하여, 세종대는 2008년 4월 사학법의 규정에 따라 그 절차를 마쳤다. 이에 따라 사분위는 임시이사의 임기만료 전에 정이사를 선임하여 학원 정상화를 뒷받침하는 것이 법리적으로나 윤리적으로 마땅한 일이었다.
현 정권이 들어서면서 과거의 학원비리 관련자들은 지난 정권에서 선임된 인사들을 좌파로 분류하며, 이들이 학원을 통해 이권을 챙기고 있다고 선전하고 있으며, 정부도 이에 동조하고 있는 듯하다. 어떻게 비리 관련자와 그의 동조자들이 노무현 정부하에서 선임된 임시이사나 총장은 무조건 좌파라고 매도하고, 학원의 안정을 해칠 수 있는가? 세종대도 2008년 9월17일부터 2주간 교과부의 집중적인 특별조사를 받았다. 이 특별조사는 비리로 물러난 전임 이사장이 9월11일 교과부 장관에게 제출한 청원서에 따른 것이었으나, 이 조사는 오히려 세종대학교의 투명한 운영을 보여주는 결과를 낳았다.
사학법 제25조는 임시이사 파견의 요건을 들고 있으나, 교과부의 지시에 따라 이미 정상화 추진 절차를 밟고 있는 세종대학교는 그 요건에 해당되지 않는다. 그럼에도 교과부는 계속 임시이사 파견을 고집하여 밀고 갔다. 더욱이 세종대학교의 경우 설립자도 임시이사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강하게 주장하였으나, 지난 5월28일 사분위는 임시이사 파견을 결정하였다. 이러한 교과부와 사분위의 결정은 학원의 안정을 저해할뿐더러 법치주의 이념에도 어긋나는 행위이다.
종래 문교부가 사학 인가 과정에서부터 투명하고 공정하게 수행하였다면 그 비리와 분쟁은 오늘처럼 심화되지 않았을 것이라고 나는 확신한다. 교과부가 정상화 추진을 촉구한 대학들이 다시 비리 관련자들의 편을 들어 임시이사를 파견하는 것이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교과부는 국민 앞에 밝혀야 한다.
대양학원은 그 설립자인 주영하 박사 내외분이 살아 계시고, 그분들이 당신의 아들은 도덕적인 흠결이 많아 학원에 개입시킬 수 없다는 확고한 의지를 연거푸 밝히고, 관계기관에 이를 호소했다. 교과부는 이 정권의 교육이념이 어떤 것인지, 교육 현장에서 도덕적 가치를 무시해도 되는 것인지, 설립자인 부모가 고발해도 이를 외면하고 비리 당사자인 아들을 옹호하는 까닭이 무엇인지 그 입장을 소상하게 밝히기를 요청한다.
교육은 무엇이 옳고 그른지를 판별할 수 있는 능력을 길러주는 일이다. 아무리 과학만능, 물질주의의 팽배로 삶이 풍요롭다 하더라도 도덕적 가치를 중시하지 않는 교육은 재앙을 불러온다. 후손들의 올바른 교육을 위해서도 국민 여러분의 현명한 판단과 적극적인 대응이 있기를 당부드리면서 정도를 일탈한 교과부와 사분위를 만천하에 고발한다.
양승규 전 세종대 총장, 서울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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