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도 한국교원대 미술교육과 교수
지금 우리 교육계는 미래 교육과정으로 큰 혼돈 속에 빠져들고 있다. 지난 1월에 연구를 시작한 미래 교육과정은 대통령 직속 국가교육과학기술자문회의가 주관하여 만들고 있다. 지금도 수정을 거듭하면서 대통령 보고와 마무리를 눈앞에 두고 있다. 그 내용은 교육에서 추구하는 인간을 글로벌 창의인재로 설정하고 현재 국민공통 기본교육과정을 10년에서 9년으로 조정한다. 국민공통 10개 교과를 7개 교과군으로 줄이고, 학년 학기집중이수를 하도록 하여 초등학교는 학기당 7개, 중학교는 8개 과목 이하로 편성한다. 또한 단위학교 교육과정을 확대하여 교과목군별로 20%를 자율로 편성하도록 한다.
문제는 우리 교육에 일대 지각변동을 가져올 이 안이 대부분의 교육자들이 모르는 가운데 군사작전을 하듯 비밀리에 빠르게 만들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몇 가지 문제를 지적하면 먼저 미래 교육과정은 절차적 과정을 무시하고 있다. 정상적인 절차로 3년에 걸쳐 만들어진 2007년 개정 교육과정을 무위로 돌리고 있다. 이것은 정변이 잦은 신생국가에서 특별위원회의 이름으로 하루아침에 제정·발표하는 법안과 닮았다.
교육이 백년대계라고 한다면 2007년 개정 교육과정안을 정상 실시하면서 많은 의견을 수렴하여 절차적으로 정당하게 개정작업을 해야 한다. 둘째, 미래 교육과정에서 추구하는 인간상으로 글로벌 창의인을 설정하고 있다. 우리 선조들은 모든 사람을 성인이 될 사람으로 인식하고 교육하였다. 우리 교육은 하늘로부터 받은 완전한 성품을 드러내는 군자라는 참사람의 높고 원대한 목표를 세우고 본원적인 심성을 회복하고 하루하루가 새로워지기를 노력하는 것이어야 한다. 셋째, 미래 교육과정이라고 하면서 미래가 불분명하고, 경쟁과 경제적 논리로 가득 차 있다. 미래에 대한 분명한 인식과 함께 인간의 이상적인 모습을 제시하여야 한다. 상황주도력, 초일류, 품격, 역량, 경쟁력, 자기계발 등 경쟁력 개념을 바탕에 두고 문화, 공동체, 인간 존엄을 가장한 경제적 논리로 가고 있다. 넷째, 미래 교육과정은 많은 부분에서 자율을 강조한다. 교과목 시간 배당을 학교가 결정한다. 이는 입시경쟁이 치열한 우리 학교교육의 풍토에서 입시교육을 강화하겠다는 공포이다. 현재 상황에서 교육과정 자율화는 다양화의 추구가 아닌, 획일화를 통한 입시몰입교육으로 이어지게 된다. 다섯째, 집중이수제이다. 예술교과의 집중이수제는 매 학기로 이어져야 하는 학습경험이 단절되면서 학습자의 정서나 내면세계에 안정이나 지속적인 변화와 효용성을 갖지 못하게 한다. 여섯째, 미술·음악·가정 등의 평가방식 변경은 정상적 수업운영을 어렵게 만든다. 과목 유급제나 상중하의 3단계 평가는 교과가 황폐해지고 학습자로부터 외면당하는 것을 피할 수가 없다.
미래 교육과정은 교육 현실을 무시한 채 수많은 혼란과 시행착오를 일으킬 시기상조의 몽상적 교육과정이다. 오늘 급조되거나 잘못 만들어진 것은 내일 또다른 청산 대상이 될 것이다. 교육에서 개혁이나 변화는 무엇보다 교육적 실천의 당사자인 현장 교사의 의식변화와 그 마음을 얻어야 한다. 우리는 교육을 통하여 큰 기상과 호방한 기개를 가진 사람, 일체의 경계에 걸림이 없는 자유인, 의로운 길을 의연하게 가는 참사람을 길러내야 한다. 우리는 끊임없이 정신적인 성장을 도모하는 인간적 성숙을 위한 교육을 이루어가야 한다.
이성도 한국교원대 미술교육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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