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석구 논설위원
쌍용자동차 사태가 최악의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다. 회사 쪽은 대규모 정리해고를 강행했고, 노조는 옥쇄파업을 공언하고 있다. 현재로서는 접점을 찾기가 불가능한 것처럼 보인다. 이러다간 경찰력 투입으로 대형 참사가 빚어질 가능성도 없지 않다.
쌍용차가 이런 지경에 이른 것은 뻔한 얘기지만 한마디로 경영 실패 때문이다. 자동차기업은 그 속성상 제품 경쟁력이 경영 상태를 결정적으로 좌우하는데, 그 원인이야 어디에 있든 쌍용차는 소비자의 욕구를 충족시킬 만한 값싸고 질 좋은 자동차를 만들어내지 못한 게 사실이다. 최근의 금융위기는 몰락의 시점을 앞당겼을 뿐이다.
개별 기업이 경영 실패로 부도 위기에 빠질 경우 선택지는 많지 않다. 법정관리중인 쌍용차의 경우, 현행 기업회생 절차에 따르면 대규모 정리해고를 회피할 뾰족한 방법이 별로 없다. 계속되는 파업은 회생 가능성을 오히려 낮출 뿐이다. 적정한 정리해고 등으로 비용을 대폭 절감해 회사를 생존 가능한 상태로 만든 뒤 새로운 자본을 투입해 살려나가는 것이 예정된 순서다. 노조 쪽에서 여러 비용절감 방안을 내놨지만 현실적으로 큰 흐름을 바꾸기는 역부족인 게 사실이다.
그렇지만 쌍용차 노동자들이 대규모 정리해고를 그대로 받아들여야 하는지는 좀더 따져볼 문제다. 일반 부실기업과 달리 경영 실패의 책임을 노동자에게 전가하는 게 과연 타당한지의 문제가 남아 있기 때문이다.
쌍용차는 2004년 10월 5900억원에 중국 상하이자동차에 팔렸다. 당시 정부와 채권단은 쌍용차를 사려는 국내 업체가 없어 외국 기업에 팔 수밖에 없긴 했겠지만 이는 결과적으로 지금의 경영 실패를 불러온 중요한 원인으로 작용했다. 상하이차가 쌍용차를 인수한 뒤 약속한 신규 투자를 하지 않았고, 경쟁력 있는 신차 개발에 실패함으로써 시장에서 외면받았다. 더욱이 상하이차가 쌍용차의 고급 기술만 빼내갔다는 ‘먹튀 논란’까지 일고 있다. 정부나 채권단은 외국자본을 유치할 때 이런 부작용을 최소화할 장치를 마련해야 하는데도 이에 대한 대비를 소홀히 했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정부와 채권단은 이런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쌍용차를 다른 부실기업과 같은 논리로 처리할 수 없는 이유다.
쌍용차 해법 모색은 바로 이 지점에서 시작해야 한다. 대주주인 상하이차가 경영권을 포기하고 물러난 상태에서 상하이차에 책임을 묻기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결국 정부와 채권단이 쌍용차 경영 실패의 ‘원죄’를 인정하고, 사태 해결에 적극 나서는 수밖에 없다. 그래서 기존의 법정관리를 통한 기업회생 절차가 아닌 제3의 해법은 없는지를 심도 있게 검토해야 한다.
그러자면 우선 노동부나 지식경제부 등 정부 차원에서 직접 대화에 나서야 한다. 지난주 평택시장과 노사 사이에 대화가 있었지만 실제로 아무런 실효성이 없는 일이었다. 시간만 끌다 경찰력 투입으로 귀결될 가능성이 크다. 이렇게 되면 쌍용차 사태는 파업 노동자뿐 아니라 이 정권에 치명적인 타격만 줄 뿐이다. 어떻게 하는 게 사회적 비용을 최소화하는 것인지 심각하게 고려해야 한다.
법정관리중인 쌍용차의 운명은 형식적으로 보면 전적으로 법원의 판단에 좌우된다. 하지만 쌍용차의 특수성과 국내 자동차산업의 미래 등을 고려하면 법원에 모든 걸 맡겨두고 뒷짐 지고 있는 정부와 채권단이야말로 무책임하기 그지없다. 과거에는 상상도 못했던 지엠 국유화를 받아들인 미국 정부의 유연함을 되돌아봐야 한다.
시간이 그리 많이 남지 않았다. 쌍용차가 공생의 길로 갈지, 공멸할지는 노조가 아닌 정부와 채권단에 달려 있다. 정석구 논설위원twin86@hani.co.kr
시간이 그리 많이 남지 않았다. 쌍용차가 공생의 길로 갈지, 공멸할지는 노조가 아닌 정부와 채권단에 달려 있다. 정석구 논설위원twin86@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