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일현 중국 정법대 객좌교수
북한의 2차 핵실험 이후 60년 혈맹을 과시해온 중국과 북한 관계가 최대 고비를 맞고 있다. 중국 당정은 물론 북한과 긴밀한 유대관계를 유지해온 군부까지 나서 북한을 강하게 압박하고 있다. “상황에 따라서는 양국 관계가 큰 시련을 겪을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올 정도다.
중국이 이처럼 격앙된 반응을 보인 것은 북한의 행동이 중국의 국가이익을 크게 손상시키고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중국은 한반도의 양대 정책목표로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 안정 유지를 설정해 왔다. 특히 한반도 비핵화는 어떤 경우든 포기할 수 없는 마지노선이라는 점을 누누이 강조해왔다.
중국은 북한의 핵실험이 한국을 비롯해 일본, 중국 등 주변국에 직접적 위협을 가한다고 판단하고 있다. 나아가 북한이 핵을 보유하면 일본과 한국도 핵무장을 시도할 것이고 대만 또한 합류할 수 있다. 군사대국을 꿈꾸는 일본의 핵 보유는 중국의 안보는 물론 국제무대에서 중국의 지위와 영향력에 치명타로 작용한다. 대만이 가세하면 양안 통일은 영원히 물 건너간다. 또 북한의 핵개발 시도로, 만에 하나 북한과 미국이 전쟁을 벌인다면 중국으로선 참전은 않더라도 곤혹스런 외교적 선택을 강요받게 된다.
중국은 얼마 전까지만 하더라도 북한이 정말 핵무기 개발을 강행하려는 것으로 이해하지 않았다. 자신의 체제를 보장받고 경제원조를 얻어내려는 목적이라는 판단에서다. 그래서 중국은 협상을 통한 해결이 가능하다고 믿었다. 그러나 북한의 2차 핵실험은 중국의 판단이 얼마나 순진한 것이었는지를 입증한 셈이 됐다. 중국이 북한 정책을 새롭게 수립하려 하는 이유 중 하나도 바로 이 때문이다.
중국은 북한 핵 문제의 본질은 북한 문제이고, 북한 문제의 핵심은 김정일 정권의 안전과 직결돼 있다고 보고 있다. 북한 체제의 호불호를 탓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북한이 주변국에 대한 끊임없는 긴장 조성과 도전으로 북한체제 연속의 합법성과 안전을 보장받으려 하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앞으로는 북한 문제 해결을 통한 북 핵 문제 해결이라는 원칙에서 접근하겠다는 논리다.
중국의 변화는 우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모습을 드러낼 전망이다. 북한이 중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에 한 약속을 내팽개친 이상 이에 상응하는 분명한 대가를 치르게 해야 한다는 원칙론이다. 이와 관련해 중국 고위 당국자는 “북한은 앞으로 미국에 앞서 중국을 설득하는 데 더 노력해야 할지 모른다”는 의미심장한 얘기를 했다. 향후 양국 관계가 순탄치 않을 것이며, 그에 따른 부작용도 각오하고 있다는 뜻으로 들린다. 권력 세습 문제도 그중 하나다. 중국이 “사회주의에서 권력 세습은 있을 수 없다”는 원칙적 입장을 견지하면 양국 관계는 더욱 복잡해질 가능성도 있다.
그렇다고 중국이 당장 대북한 원조 중단 등과 같은 정권 붕괴로 이어질 수 있는 극단적 조처는 하지 않을 것이다. 후유증과 부작용이 너무 크기 때문이다. 그러나 북한에 대한 정책을 새롭게 수립할 것임은 지금까지 정황으로 보아 확실해 보인다. 이 경우 특수한 배려보다는 국익을 최우선시 하는 일반적인 국가 대 국가 관계로 전환할 것이다. “북한과는 정상적인 국가 관계”라는 중국 외교부 대변인의 발언은 바로 이런 뜻이다. 또 동북아 평화 안정 유지와 중국의 위상 강화에 강조점을 둘 것이고, 이는 필연적으로 북한의 입지 약화와 고립 심화로 귀결될 것이다. 동시에 미국 중시와 대북 강경책으로 일관하는 한국 정부에 대한 견제도 늦추지 않을 것이다. 적절한 세력 균형이 현상 유지에 도움이 된다는 것을 중국은 경험적으로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문일현 중국 정법대 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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