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오피니언 칼럼

[기고] 미디어위 여론조사가 필요한 이유 / 박경신

등록 2009-06-18 21:49

박경신  고려대 법대 교수
박경신 고려대 법대 교수
신문의 방송 소유 허용과 대기업의 방송 진출은 이번 방송법 개정의 핵심이 아니다. 신문과 대기업은 이미 방송에 깊숙이 들어와서 케이블을 통해 엄청난 양의 시사, 교양, 드라마, 영화 등의 콘텐츠를 제공하고 있다. 이번 개정의 핵심은 신문과 대기업 쪽에 보도 채널을 허용할 것인가 하는 문제다. 바로 이런 이유로 개정론자들은 ‘일자리 창출’ ‘글로벌 미디어그룹 탄생’ 등의 주장을 강하게 하지 못한다. 신문과 대기업이 콘텐츠에 엄청난 투자를 할 수 있는 길은 현행법상 열려 있기에, 반드시 법을 개정해서 뉴스를 할 수 있어야 글로벌 미디어그룹이 탄생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기 때문이다.

이에 개정론자들은 여론 다양성을 새로운 근거로 들고 있다. 윤석민 서울대 교수는 언론시장 전체에서 방송의 여론 지배력이 신문보다 높다는 실증적 연구 결과를 제시하며 방송보도 진입규제 완화의 필요성을 주장하였다. 하지만 윤 교수의 주장대로 언론시장에서 특정 사업자들의 지배력이 그렇게 높다면 그 시장에서는 교차소유나 겸영과 같이 사업자간 연합은 더욱 금기시해야 하고, 특히 지배적 사업자들인 방송에 대한 소유 또는 이들에 의한 소유는 더욱 규제해야 한다. 시장의 집중도가 낮으면 규제를 완화해 사업자간 연합을 통한 집중을 어느 정도 허용하고, 시장의 집중도가 높으면 사업자간 연합을 통한 집중을 금지한다는 것이 세계적인 다양성지수 연구의 기본 논리구조다. 게다가 사업자 연합의 대상이 또다른 언론사업자인 신문이라면 언론시장의 독과점은 더욱 심화된다. 또 자산 규모 10조원 이상의 대기업이 자산을 이용하여 불공정 거래를 강요하거나 보도의 내용에 영향을 끼쳐 ‘공론의 장’이라는 언론의 기능을 훼손할 수 있음은 공지의 사실이다.(한나라당 쪽 위원도 발제문에서 이를 인정하고 있으며 강력한 사후 규제가 필요하다고 하였다.) 그래서 헌법재판소도 여론 다양성에 특별한 위협이 되는 사업자들을 골라 방송 지분 소유를 금지하는 것은 영업의 자유 침해가 아니라고 판시하였다. 혹자는 방송시장만 따로 보면 신규 사업자의 진입이 방송시장의 독점을 깰 것이라고 하지만, 국민에게 중요한 것은 언론시장의 독점과 다양성이지 그 안의 세부시장의 독점과 다양성이 아니며 후자를 위해 전자를 희생하고자 하는 국민은 없다.

이에 대해 개정론자들은 대기업들이 보도도 할 수 있다면 더욱 방송에 매력을 느껴 더 많은 콘텐츠 투자를 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리고 현재 방송사들의 경영난과 내부 구조 조정의 문제를 풀기 위해서라도 대기업이나 돈 많고 경험 있는 신문사의 투자가 필요하다고 덧붙인다. 이것이 정녕 논의의 종착점이라면 바로 그렇기 때문에 여론조사가 필요하다. 국민들이 ‘여론 다양성’과 ‘건전한 방송재정’ 중 어느 것을 선호하는지 물어보아야 한다. 공동체적 가치의 투쟁이야말로 과학의 문제도 기본권의 문제도 아니므로 국민 다수의 의견을 물어야 한다. 3사 모두 저녁뉴스에서 김연아 우승 소식으로 30분을 메우는 현재의 방송도 문제지만, 대기업이나 재벌신문이 들어온다고 방송재정이 건전해질지도 불확실하다. 불완전한 현재에서 불확실한 미래로 가는 길은 국민이 스스로 정하거나 최소한 구체적으로 직접 민의를 들어봐야 한다. 지난 대선과 총선에서 이걸 가지고 투표하지는 않지 않았는가. 또 기존에 여러 여론조사가 있었지만 이해가 상충하는 당사자들이 합의하에 직접 해본, 그래서 무시할 수 없는 여론조사는 한 번도 없었다. 당내 경선 때 수많은 여론조사 결과가 나와 있어도 공식 여론조사를 다시 하는 이유가 있지 않은가.

박경신 고려대 법대 교수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오피니언 많이 보는 기사

윤석열이 연 파시즘의 문, 어떻게 할 것인가? [신진욱의 시선] 1.

윤석열이 연 파시즘의 문, 어떻게 할 것인가? [신진욱의 시선]

“공부 많이 헌 것들이 도둑놈 되드라” [이광이 잡념잡상] 2.

“공부 많이 헌 것들이 도둑놈 되드라” [이광이 잡념잡상]

‘단전·단수 쪽지’는 이상민이 봤는데, 소방청장은 어떻게 알았나? 3.

‘단전·단수 쪽지’는 이상민이 봤는데, 소방청장은 어떻게 알았나?

극우 포퓰리즘이 몰려온다 [홍성수 칼럼] 4.

극우 포퓰리즘이 몰려온다 [홍성수 칼럼]

‘영혼의 눈’이 썩으면 뇌도 썩는다 5.

‘영혼의 눈’이 썩으면 뇌도 썩는다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