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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기고] 학교는 ‘생각하는 힘’을 키워줘야 / 허진영

등록 2009-06-21 21:38

허진영  대구대 불어불문학과 외래교수
허진영 대구대 불어불문학과 외래교수
한국 교육의 문제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늘 공교육은 제 모습을 찾지 못하고, 사교육비 증가로 인한 가계부담, 학교에서 효율적인 수업의 미비, 주입식·암기식 교육, 사지선다형 문제 풀이 위주의 입시제도 문제 등을 안고 있다. 또한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이 바뀔 때마다 입시정책이 바뀌면서 수험생들에게 혼선을 초래하고 있다. 지나친 교육열은 기러기 아빠를 양산하는 조기유학과 학벌 위주의 사회를 만들어 놓았다. 또한 학벌 위주의 사회는 교원으로서 법적 지위가 없는 대학 강사의 양산으로 이어진다.

그럼 점수 위주의 한국 교육이 나아가야 할 방향은 무엇인가? 먼저 그 해답을 말하자면, 프랑스 대입자격시험(바칼로레아)처럼 논술 위주의 교육이 되어야 한다. 사고 분야를 한정하지 않고 사물을 바라보는 주관적인 관점과 객관적인 관점을 조화롭게 키워나가야 한다. 그러려면 프랑스 사회학자 피에르 부르디외가 언급한 것처럼, 어릴 때부터 문화자본을 축적해야 하는데 이것은 지식, 교양, 기능, 취미, 감성 등을 의미한다. 즉 전시회, 박물관 견학, 음악회 관람, 산업시찰, 현장체험 위주의 교육 등이 필요한 것이다. 또한 초등부터 고등교육까지 전 부분에 대해 교원들의 체계화된 정기교육을 통해 교육개혁을 뒷받침해야 할 것이다.

개혁 중에 가장 중요한 부분은 사지선다형 문제 풀이식 교육체제를 없애는 것이다. 사지선다형 문제 풀이는 단적으로 사고의 흐름을 막기 때문이다. 또다른 개혁은 우리 교육의 암적인 요소인 대학의 서열화를 없애는 것이다. 하물며 프랑스에서는 대학의 서열화를 막기 위해 대학 이름 앞에 파리1대학, 파리2대학, 파리3대학처럼 숫자를 붙이지 않는가? 또한 우리가 일류대학이라고 생각하는 대학들도 그들에게는 그저 일반 대학의 하나일 뿐이다.

필자는 1998년 프랑스에 있는 유네스코 본부 교육부 국제회의과 주최로 2년마다 각 나라의 교육정책, 학교교육 프로그램, 대학간 교류협력, 평생교육 등을 주제로 여는 제1차 세계고등교육회의 때 인턴으로 활동했다. 이때 나는 왜 한국이라는 나라는 이런 회의에 ‘비정부기구’(NGO) 가입도 하지 않고, 잘 참석도 하지 않으며, 참석하더라도 외국어 능력 부족으로 끝까지 있지 않고 자료만 챙겨서 가는지 너무나 안타깝게 생각한 적이 있다. 지금 돌아보면 우리 교육의 문제점을 단적으로 드러내는 대목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럼 프랑스의 교육은 어떠한가? 우선 교육 자체를 국가가 책임지고 국민 모두에게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해야 한다는 기본이념 아래 전 국민에게 무상교육을 실시하고 있으며, 외국 학생들에게까지 똑같은 혜택을 부여하고 있다. 또한 인간 중심의 교육, 종합적 사고의 교육, 인문사회학의 학문 기반 정립, 현장교육과 실험실습 교육, 자연스러운 토론과 발표수업의 활성화 등이 체계화되어 있다.

프랑스 철학자 르네 데카르트가 말한 ‘나는 생각한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라는 철학적 사고를 우리 교육에도 접목시켜야 할 뿐만 아니라, 인문·사회학 강화, 현장교육과 실험실습 교육 확대, 독서 능력 함양, 토론과 발표 수업 확대, 교수학습법 연구 강화 등을 체계화해야 할 것이다. 단지 점수에 따른 서열화를 부추기는 한국 교육은 전인교육이 될 수 없으며, 그로 인해 국가 전반에 관련된 기반산업을 약화시키고 국가경쟁력 강화에 장애 요인이 된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허진영 대구대 불어불문학과 외래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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