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석 논설위원실장
수많은 생물종이 생태계에서 만들어내는 관계는 대략 여덟 가지로 정리된다. 첫째는 아무런 영향을 주고받지 않는 중립 관계다. 둘째는 서로 억제하거나 부정적 영향을 주는 경쟁이다. 공간과 빛, 양분 등 제한된 자원에 대한 다툼이 일반적이다. 그리고 한 종이 다른 종을 일방적으로 잡아먹는 포식 관계가 있다. 이와 비슷하지만, 기생은 숙주체에게 불리하고 기생체에게만 이익이 되는 관계를 말한다.
한 종에게는 이익이 되고 다른 종에게는 아무런 영향이 없는 관계도 있다. 편리공생이다. 거꾸로 한쪽에는 별 이익이 없으나 다른 쪽에는 부정적 영향을 끼치는 편해공생도 있다. 일곱째는 서로에게 절대적으로 도움이 되는 상리공생이다. 마지막으로 서로 이익이 되지만 관계가 다소 임의적인 협동이 있다. 일곱·여덟째를 합해 공생이라고도 한다.(<숲 생태학 강의>)
복잡한 듯하지만 다양한 관계의 축은 결국 경쟁과 공생이다. 경쟁은 서식지와 자원을 분할하는 등 생태계의 시간적·공간적·구조적 복잡성을 만들어내고, 종을 발전시키거나 퇴출시키는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한다. 경쟁은 진화적 변화를 유도하지만 정도가 심해지면 종 자체를 사라지게 만드는 것이다. 공생은 경쟁과 대척점에 있다. 광합성 유기체와 박테리아의 공생체로부터 식물이 탄생하는 계기가 주어졌고, 지구상에 존재하는 유기 단백질의 3분의 1이 콩과 식물과 같은 질소고정 식물군과 질소고정 박테리아의 공생으로 만들어진다.
사람 사이, 나라 사이 관계의 근본 원리도 크게 다를 바 없다. 경쟁, 곧 갈등이 지나치지 않도록 하면서 공생의 범위와 수준을 키워가는 게 개체와 전체 시스템 발전의 핵심이다. 이는 중도 정치, 화합형 정치의 지향점과 통한다. 그런데 이명박 정부는 국내 사안에서나 한반도 문제에서나 공생보다 갈등 쪽으로 크게 기울어져 있으니 큰일이다.
김지석 논설위원실장 j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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