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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기고] 미국이 나서야 한다 / 안문석

등록 2009-06-22 20:09

안문석  한서대 국제관계학과 교수
안문석 한서대 국제관계학과 교수
북한의 핵 위협이 그 강도를 더해가고 있다. 우라늄 농축까지 하겠다고 나섰다. 새로 추출되는 플루토늄을 무기화한다고 밝힌 점도 심상치 않다. 이미 갖고 있는 플루토늄을 무기화했음을 시사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지난 1월 북한을 방문한 미국 국제정책연구원의 셀리그 해리슨도 박의춘 외무상 등으로부터 플루토늄 30.8㎏을 무기화했음을 반복적으로 들었다고 한다. 4~5기의 핵무기를 갖고 있을 수 있다는 얘기가 된다. 여기에 북한은 아직 재처리하지 않은 폐연료봉 5000여개와 사용전 연료봉 1만4000개를 갖고 있다. 이런 상황으로만 보면 한반도의 핵위기는 고조 일로에 있고, 이를 막을 수 있을지에 대해서도 의구심이 들 정도다.

웬만한 나라는 안보 차원에서 핵을 갖고 싶어 하는 욕구를 갖고 있다. 특히 약소국 처지에서는 “핵을 가지게 되면 강대국에 대해 나름의 자율성을 확보할 수 있게 된다”는 마이클 핸덜의 주장에 매력을 느끼기 십상이다. 파키스탄, 인도, 이스라엘이 핵을 손에 쥐고 미국과 협력적인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세계정치의 현실은 약소국으로 하여금 그런 욕구를 버리지 못하게 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북한도 그런 범주에 있다고 할 수 있다.

물론 북한이 핵국가를 지향하는 것은 한반도와 세계 안보에 커다란 위협요소이고, 이를 저지해야 하는 것 또한 분명하다. 어떻게 막을 것인가 하는 것이 문제다.

압박, 무시, 협상의 정책이 선택지 안에 있다. 현재의 국제사회는 압박 일변도다. 유엔 안보리도 새로운 결의 1874호를 마련해 북한을 더욱 압박하고 있다. 하지만 압박은 도발을 낳고, 그 도발은 또다른 압박수단을 찾아낸다. 계속되는 북한의 도발은 미국의 미사일 방어계획(MD) 가속화와 일본의 군비 강화에 좋은 구실이 될 것이다.

게다가 대북 압박의 주요 수단인 안보리 결의 1874호의 ‘공해상 선박 검색’은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어 실효성 자체에 의문이 있다. 1982년 유엔해양법협약 110조에 따르면 공해상에서 선박의 등록국가 외에 다른 나라가 선박을 검색할 수 있는 것은 해적행위나 노예무역 등이 발생하는 경우이다. 따라서 수출금지 품목을 적재한 것으로 의심되는 선박을 검색할 수 있도록 하고, 등록국가가 동의하지 않을 경우 항구로 유도해서 검색을 하도록 한 것은 협약 위반이 아닐 수 없다.

북한이 무얼 하든 무시하는 전략(benign neglect policy)은 어떤가. 국제사회와 대화를 하지 않는 동안 북한은 이미 시작했거나 착수하겠다고 선언한 것을 하나둘 진행하면서 더 많은 것을 만들어 낼 것이다. 그렇다면 남은 대안은 대화이다. 피터 헤이스 미국 노틸러스연구소장이 분석한 바에 따르면, 북한이 핵탄두를 소형화하고 제대로 된 장거리 미사일을 개발해 진정한 핵보유국이 되기에는 아직 10~15년이 더 필요하다. 차분히 상황을 정리하고, 대화의 여건을 조성하고, 협상을 할 만한 시간은 있는 것이다.

북-미 관계의 역사는 협상의 가치를 실증적으로 말해준다. 1994년 핵문제에 따른 미국의 대북 공습 위기, 1998년 금창리 사건 당시에도 한동안의 긴장국면은 결국 대화로 돌아갔다. 미국이 나서야 대화의 물꼬는 터질 수 있다. 앨 고어, 빌 클린턴, 빌 리처드슨 누구든 평양에 들어가 그런 역할을 하는 것은 더없이 바람직한 일이다. 국제정치에서 핵은 이념적인 것이 아니다. 단지 정치의 도구에 불과하고 협상으로 얼마든지 줄일 수도, 없앨 수도 있는 것이다.


안문석 한서대 국제관계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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