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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세계의창] 중국의 ‘부동산 수수께끼’ / 저우창이

등록 2009-06-29 20:45

저우창이  중국 월간 <당대> 편집인
저우창이 중국 월간 <당대> 편집인
중국의 부동산시장이 다시 살아나고 있다는 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려온다. 정부가 내놓은 수치를 보면 특히 그렇다. 부동산과 관련된 모든 수치가 1분기부터 활기를 띠고 있다. 무엇보다 아파트 판매량이 크게 늘었다. 부동산업계가 한꺼번에 무릎을 펴고 일어서는 형세다.

그러나 부동산업계 안팎에선 이를 의심하는 목소리가 들끓는다. 가장 의심을 받는 게 통계에서 나타나는 아파트 판매량의 급속한 증가다. 솔직히 세상 물정을 아는 중국인이라면 누구나 그 수치를 신뢰하지 않는다. 개발업체의 후안무치한 아파트 판매량 조작은 과장하자면, 지나가던 개도 다 안다.

내일 어떤 부동산 개발업체가 아파트를 분양한다고 치자. 오늘 저녁 분양사무소에 가면 어김없이 사람들이 길게 줄을 서 있을 것이다. 그 수가 적게는 몇백, 많게는 몇천명에 이른다. 어떤 이들은 심지어 분양사무소 앞에서 다음날 아침까지 꼬박 밤을 지새우기도 한다.

분양사무소가 문을 열면 수많은 기자들이 벌떼처럼 달려들어 분양 상황을 취재하는 모습을 보게 될 것이다. 그들은 사람들에게 카메라를 들이대고, 인터뷰를 하자고 졸라댄다. 그러곤 다음날 아무 개발업체의 분양사무소에 사람들이 몰려 아파트가 불티나게 팔려나갔다는 보도가 지면을 뒤덮을 것이다.

그러나 이를 곧이곧대로 믿는다면 바보다. 분양사무소 앞에서 전날부터 줄을 서서 기다리는 사람들은 대부분 시공업체의 일꾼들이거나, 근처에 사는 할아버지 할머니들이다. 이들은 한 번 줄을 서주는 대가로 100위안(1만8000원) 정도를 받는다. 제법 짭짤한 부수입이다.

개발업체는 이어 대규모 구매단을 조직해 언론매체의 관심을 유도한다. 먼저 저장성 원저우 사람들이 자기네가 개발한 아파트를 싹쓸이하고 있다는 소문을 퍼뜨린다. 원저우 사람들은 부동산에 관한 한 천부적인 혜안을 가진 이들로 유명하기 때문이다. 이들은 중국에선 ‘돈의 대명사’로 통한다.

다음엔 산시성의 부자들도 아파트 구매 대열에 합류했다는 소문이 뒤를 잇는다. 석탄의 주요 산지인 산시성에선 몇년 전부터 석탄가격이 폭등하면서 벼락부자가 된 이들이 즐비하다. 산시성에선 석탄이 반, 돈이 반이란 말이 돌 정도다. 이들 역시 부동산시장의 큰손으로 통한다.

이래도 사람이 모이지 않으면 ‘가짜 예매계약서’가 난무한다. 사실 ‘가짜’라는 말은 정확하지 않다. 예매계약서는 모두 진짜이고, 최종적인 구매계약서로 바뀌는 데 아무런 문제가 없다. 개발업체는 이를 내세워 아파트 분양이 성공적으로 되고 있다고 홍보한다.


그러나 아파트 구매를 예약한 이들은 대부분 개발업체의 직원들이다. 개발업체는 곧바로 진짜 구매자를 찾아 동분서주한다. 진짜 구매자가 나서지 않으면 어쩔 수 없이 직원 명의로 판매계약서를 맺어야 하기 때문이다. 진짜 구매자가 나타나면 예매계약을 취소하고 아파트를 넘겨주면 그만이다.

개발업체는 이런 과정을 몇차례 반복해 아파트 분양 열기를 만들어낸다. 처음에 아파트를 사려 했던 구매자들도 이를 본받아 다른 구매자에게 아파트를 넘기고 이윤을 챙긴다. 이 때문에 중국에선 아파트 판매량이 폭등하면 덩달아 계약취소율도 급증한다. 인기가 있는 아파트는 계약취소율이 50%를 넘기도 한다.

계약을 반복해 돈을 버는 개발업체는 그래도 착한 축에 든다. 어떤 개발업체는 아예 가짜 계약서를 담보로 은행에서 대출을 받는다. 구매자의 신분증은 진짜이나 직업이나 수입 등은 모두 가짜다. 개발업체는 이런 수법으로 자금난을 모면한다. 농촌에선 자신의 신분증을 돈으로 파는 신종 사업까지 생겨났다.

중국의 아파트는 이런 불법 위에서 돌고 돈다.

저우창이 중국 월간 <당대> 편집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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