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남근 변호사·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장
최근 중소기업중앙회의 조사에 의하면 소상공인 10인 중 6인은 적자를 보고 있다고 한다. 당연히 자영업자의 소득도 급감하여 2003년부터는 임금근로자의 소득 수준보다 훨씬 떨어지게 되었다. 자영업자의 생존의 위기는 계속 심화되어 급기야 2009년 1월부터 최근 3개월간 54만개의 소상공 자영업 점포가 문을 닫는 최악의 상황까지 치닫고 있다. 반면, 대형 소매점의 매출액은 2000년 26조2000억원에서 2008년 49조4000억원으로 무려 88.5%나 늘었다. 특히, 대형마트의 매출액은 18조7000억원이나 늘었다. 대형마트의 진출 확대로 재래시장은 2004년부터 2006년 사이 100여개의 시장, 1만3475개의 점포가 문을 닫았다.
대형마트는 이제 슈퍼슈퍼마켓(SSM)을 만들어 골목골목의 구멍가게까지 파고들어가겠다고 한다. 대형마트와 대형마트가 운영하는 슈퍼슈퍼마켓의 개설을 허가제로 전환하여 무분별한 확대를 규제하고, 자영업자의 생존을 보장하기 위한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 등은 정부의 강력한 반대로 논의가 지지부진하다. 자영업자의 위기가 심각한 청주, 여수, 부천, 영주, 대전 등은 지방자치단체가 준주거지역, 준공업지역 등에서 대형판매시설의 건축을 제한하거나 건축 규모를 제한하는 조처를 하고 있을 뿐이다.
정부는 대형유통점의 허가제나 영업시간, 영업 품목 등의 규제가 국제무역협정상의 최혜국 대우나 내국민 대우 의무 조항에 위반된다는 점을 주된 반대 이유로 들고 있다. 하지만 세계무역기구(WTO)에서는 내국의 유통업체와 차별적으로 외국의 유통업체에 대해서만 위와 같은 영업 규제를 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을 뿐이다. 독일, 이탈리아, 프랑스 등 서유럽에서는 도시계획과 지역개발규제를 통하여 대규모 유통업체의 설립을 허가제로 하고 있고, 일본은 교통 혼잡, 소음, 폐기물 등의 생활환경 문제를 들어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 독일, 이탈리아, 프랑스 등은 유통업체 근로자의 근로조건을 들어 영업시간을 규제하고 있고, 영국도 일요일의 영업시간을 규제하고 있다.
10년 전 구제금융 위기 직후의 암울한 장면들이 다시 떠오른다. 부도·실업으로 갑자기 신빈곤층으로 전락한 중산층 가정의 파탄으로 가족 해체, 자녀와 동반자살, 생계형 범죄 급증, 많은 사회병리 현상이 연일 신문지면을 장식했다. 특히, 자영업을 하다 실업자가 된 계층은 실업자가 되는 과정에서 많은 빚을 떠안고 바로 파산하는 경우가 많아, 극단적인 사회병리 현상이 이러한 계층에서 많이 생겼다. 긴급주거지원제도, 법원의 판결을 통한 신속한 면책 또는 경제적 회생제도, 실업부조제도 등 부도·실업의 벼랑으로 떠밀려가는 자영업자가 그나마 붙잡고 생존을 기댈 수 있는 사회안전망의 동아줄은 존재하지도 않았다. 현재도 크게 다르지 않다. 실업부조제도와 같은 자영업자를 위한 실업안전망은 여전히 존재하지 않고 개인채무자 파산·회생제도에서도 가족이 거주하는 주택의 보존 등 생존보호 시스템은 갖춰지지 않았다.
어떻게 해야 하나. 자영업자들에게는 벼랑 끝으로 등 떠밀리지 않을 보호장치도, 벼랑 끝에서 떨어져 살아날 사회안전망도 보이지 않는다. 다른 선진국에 비해 2배가 넘는 과도한 자영업자의 수를 보면 구조조정은 불가피하나 그것이 부도·파산의 파괴적인 축출 과정을 통해 이루어질 때, 사회위기는 심화되고 대규모 신빈곤층의 발생은 내수시장을 위축시켜 경제위기 극복을 어렵게 하고 정부의 재정 수요를 늘린다. 왜 말끝마다 과감한 정책 추진을 외치는 정부가 이런 서민들 보호정책에서는 과단성을 보여주지 못하는지 아쉬울 뿐이다.
김남근 변호사·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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