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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기고] 교사 시국선언 과잉대응 유감 / 이윤미

등록 2009-07-07 20:59

이윤미  홍익대 교육학과 교수
이윤미 홍익대 교육학과 교수
교육과학기술부가 시국선언 참여 교사 1만7000여명을 전원 징계하겠다고 하여 논란이 일고 있다. 시국선언은 지난 6월 한 달 동안 학계에서 시작되어 각계각층에 광범위하게 확산되었다. 교사 집단이 그중 하나라는 점은 특별히 놀라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유독 교사 집단에만 교육공무원법 등을 근거로 헌법적 기본권에 해당하는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고 있다. 게다가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본부 사무실을 압수수색하는 등 ‘예상 밖’의 과잉대응을 하고 있다. 이것은 교원단체들이 이른바 ‘시국선언’이라는 이름으로 이전에 행한 유사 사례들에 대처하던 방식과 매우 다른 것이다.

징계 논란의 핵심에는 교육공무원법, 교원노조법 적용과 관련한 형식적 법 논리가 자리하고 있다. 문제는 순수한 법 적용상의 논란이라고만 보기는 힘들다는 점이다. 이보다는 전교조라는 특정 단체의 활동에 대한 규제가 사태의 본질이라고 보인다. 지난해 서울시교육감 선거, 일제고사 반대 교사 파면 해임 등에서 불거졌듯이 전교조에 대한 현 정부의 대응 기조는 상당히 강경하다.

교육계에서 비판적 견제세력으로서 그 위상을 확보한 전교조를 마치 ‘불법집단’이라도 되는 것처럼 압박하고, 개인의 헌법적 기본권에 해당하는 표현의 자유마저도 제한하는 현재의 상황은 당혹스럽다. 전교조는 1989년 결성 이래 한국 교육계의 중요한 여론주도 집단으로 자리매김해 왔다. 온 국민의 관심거리인 교육계의 핵심에 있다 보니 전교조에 대한 평가는 대내외적으로 크게 엇갈리는 것도 사실이다. 활동 방식을 두고서도 논란이 많다. 그러나 전교조가 현장 개선에 기여한 분명한 성과들까지 무시해서는 안 될 것이다.

결성 20돌을 맞이한 최근, 전교조는 ‘참교육’ 실현이라는 초심의 과제를 회복하며 거듭나기 위해 노력해 온 것으로 보인다. 전교조가 교육계의 핵심 개혁세력으로 거듭나는 일은 우리 교육의 미래를 위해 사회가 전적으로 지원해야 할 일이다. 1989년 이전까지 교육계를 상징했던 관료적 권위주의와 이념적 경직성을 되돌아보라. 우리는 교육 현장이 자기 양심에 따라 말하고 행동하지 못하는 교사들만 살아남게 되는 암울한 모습으로 돌아가기를 원하지 않는다. 교사들이 미래세대를 가르치는 지식인으로서 기본적 전문성과 자율성을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고, 관료적 권위에 무조건적으로 순응하는 권력의 도구가 되어서는 안 된다. 형식적 법 논리로 개인의 기본적 표현의 자유가 원천적으로 봉쇄되는 사회는 민주주의 사회라고 볼 수 없다. 민주주의는 논쟁과 토론의 대상이다. 그 정의를 독점한 세력이 있어서는 안 된다. 더욱이 권력이 민주주의의 정의를 독점하고자 한다면 그것은 매우 위험한 것이다.

양심에 기초해서 한 의사표현이 교사라는 이유 때문에 ‘신변의 위협’으로 귀결되는 것이 유감스럽다. 징계, 파면, 해임 등의 용어가 빈출하는 최근의 사회 상황은 교사들의 법적 지위가 매우 약해졌음을 느끼게 한다. 한국 교육계에 그나마 희망의 싹을 키워 온 핵심 교원단체인 전교조를 ‘불법 집단’으로 몰아가서는 안 된다. 징계를 운위하기 전에 교사들이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지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징계를 둘러싼 소모전으로 교육 현장을 혼란스럽게 하기 전에, 과도한 경쟁을 유발하고 사회 불평등을 심화시키는 교육정책 기조의 문제점에 대해 신중히 경청하고 따져봐야 할 것이다. 국민은 비판의 소리를 내는 교사들을 징계하는 데에 행정력을 동원하기보다 교육을 통해 아이들이 ‘내면적으로 성장’하도록 고민하고 투자하는 정부를 원한다.

이윤미 홍익대 교육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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