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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기고] 광주 도청을 허물다니, 안 된다 / 백기완

등록 2009-07-16 21:32

백기완  통일문제연구소 소장
백기완 통일문제연구소 소장
“용산 학살 원흉, 이명박은 물러가라”고 외치던 거리, 거기서 내 목소리가 밀리진 않았다. 몸이 밀렸다. 그래도 한사코 따라붙는데 “저놈들, 뿌리를 뽑으라”는 소리와 함께 젊은이들이 끌려간다.

소름이 끼쳤다. 전두환 양아치들한테 잡혀가 닦달을 받을 적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꺾인 두 무릎이 탱탱, 입김만 스쳐도 매질보다 더 아파 견딜 수가 없는데 바로 그 상채기를 구둣발로 짓이기며 “너 같은 놈은 뿌리를 뽑아야 돼, 이 새끼야.”

한참 만에 깨어나 나는 생각했다.

‘이것들은 이 땅 따꾼(군인)들이 아니다. 미국의 앞잡이 따구니(악마)들이다. 따라서 민주화란 이놈들을 이 분단 물코(체제)와 함께 사그리 씻껏(청산)하는 거, 그게 참된 민주화라. 그것을 정치적 앙갚음이라고 해선 안 된다. 오늘에 다그친 역사적 일목(과제)이다. 여기서 나는 떳떳이 싸우다 죽겠다. 그리하여 한 방울 이슬로 해방이라는 저 엄청난 흘떼(강)에 뛰어드는 거’라며 ‘묏비나리(시)’를 지어 혼자 읊었다.

벗이여 흔들리지 말라/ 저 제국의 불야성 몽창 들었다 엎어라/ 우리는 앞서서 나가니/ 산 자여 따르라/ 산 자여 따르라

기껏 이따위 투덜이나 읊조리고 있을 때 아, 그때 광주는 어찌했던가.

일어나 싸웠다. 싸워서 이겼다는 것을 아직도 부릅뜨고 있는 게 바로 광주의 옛 도청, 피 묻은 그 집이다. 사기꾼들의 숱한 헐뜯기에도, 얏싸한 기회주의의 모진 칼질에도 그 상채기에 혁명의 꽃을 피워 우리네 가슴에 꽂아주고 있거늘, 무릎을 꿇진 못할망정 이명박 준심(정권)이 앞장서 그것을 헐고자 한다니, 나는 한마디로 경고한다. 안 된다.


그 집이 어떤 집이냔 말이다.

하나, 그 집은 이 땅 민주주의를 총칼로 짓밟는 개망나니들과 전투적으로 싸워 거머쥔 자유, 해방의 패박(상징)이다. 요즈음은 이명박 준심의 반역을 까밝히는 갈마(역사)의 거울인데, 그것을 허물겠다는 것은 이 땅 민주주의의 뿌리를 뽑겠다는 사갈(범죄)짓이라, 아물레(절대) 감나(용납)할 수가 없다.

둘, 그 집은 오늘의 광주라는 마주(도시)의 생태학적 땅불쑥하기(특징)라. 어떤 일이 있어도 없앨 수가 없다. 무슨 말이냐. 쓸모 있는 집들만 모여서 마주가 일구어지는 게 아니다. 피눈물의 내력이 함께해야 마주가 일구어지는 것이라면 오늘의 광주, 그 생명은 바로 그 도청이라. 그게 헐린다면 바로 광주가 해체되는 것이니, 어떤 일이 있어도 지켜내야 할 것이다.

셋, 그 집은 비나리임을 알아야 한다. 비나리란 사람 같지 않은 것은 꾸짖고, 힘이 빠지고 비겁에 빠져도 달구고 을러대는 것이라면 광주의 그 피 묻은 집은 무엇일까. ‘광주여! 정신 차리고 힘을 내라’고 소리치는 비나리, 곧 예술이요 자랑이다. 그런데 누가 감히 허문다 하는가. 그것이야말로 반예술, 반문명이라. 예술 광주의 명예를 걸고 지켜내야 할 것이다.

넷, 그 집은 이참 눌러앉아 있는 갈마가 아니다. 달려가는 깃발이다. 그것을 끌어내리겠다고 하는 것은 펄펄 뛰는 목숨을 굴비로 하자는 거라, 안 된다. 꼭 지켜내야 한다. 그렇지 않아도 이명박 준심은 피눈물로 쌓아온 민주와 통일의 텃밭을 파괴해왔다. 여기서 광주 도청을 허물겠다는 건 또 하나 광주학살 음모요, 나아가 세계 갈마의 이물털(전위적) 하제(전망)를 잿더미로 만들자는 이명박 준심의 반역이라, 반드시 싸워 깨트려야 할 임무는 우리 모두의 것이다. 아, 누가 없는가. 문득 앞이 트릿해 오지만 광주엘 가고 싶고나.

백기완 통일문제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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