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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기고] 천성관, 법적 책임도 져야 / 김용철

등록 2009-07-19 21:45

김용철  변호사
김용철 변호사
영혼이 없는 검사나 소속 정당의 정치적 병졸에 불과한 국회의원을 비난할 때 개를 빗대는 경우가 많다. 10여년 전 어느 검사는 기자에게 ‘우리는 개다. 물라면 물고 놓으라면 놓는다’라고 말하여 ‘우리는 개다’가 일간지 칼럼의 제목이 되었고 그 검사는 좌천되었다. 그러나 개는 먹이를 주는 주인을 물어뜯거나 배신하는 일이 없고 오로지 충직할 뿐이다. 더욱이 개에게도 나름대로 덕목이 있다. 알고도 말하지 않으니 군신유의요, 큰놈에겐 덤비지 않으니 장유유서요, 털빛이 서로 닮아 부자유친이요, 새끼를 가지면 수컷을 멀리하니 부부유별이며, 하나가 짖으면 따라 짖으니 붕우유신이란다. 선조들의 해학이지만 어쨌든 ‘검사나 국회의원만도 못한 개’라는 비난은 개에겐 큰 모욕이다.

최근 천성관 검찰총장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지켜보니 너무나도 어이없는 일뿐이다. 시중 일간지에서는 검사와 스폰서라는 표현을 쓴다. 검사는 공무원 중에선 귀족 중 귀족이며 그 급여는 생계비를 충분히 웃돌고 기관 유지 판공비, 수사활동비 등 여러 명목의 상당한 금액과 경비 카드까지 제공되어 품위 유지에 필요한 정도를 보장받고 있다. 다만 유흥비나 호사스러운 생활을 할 정도는 안 되니 아마도 스폰서란 사치비를 대주는 사람을 말하는 듯한데 이는 범죄일 수밖에 없다.

부모 형제도 장성한 후에 이유 없이 후원하기 어려운 게 세상 이치이다. 혈족이 아닌 후원자란 더러운 이해관계로 얽혀 뇌물 제공과 수수의 공범일 가능성이 높다. 정치인은 후원금에 대하여 영수증을 발행해야 하고 제공자가 법인인 경우에는 그 한도가 있으며 이를 어기면 처벌받는다. 검사에겐 영수증을 발행하여 후원금을 받는 제도도 없다. 권한 있는 공직자가 십억대가 넘는 거액과 고가의 사치품을 제공받았다면 수사 대상일 수밖에 없다. 유죄인 경우 10년 이상 무기징역에 해당하여 살인보다도 하한이 높은 중범이다. 검찰은 동료였고 총수가 될 뻔한 그를 즉시 수사하여 처벌하는 것만이 스스로 최소한의 염치를 찾는 길이다.

그는 국회의 인사청문회에서 스폰서와 해외 골프여행을 다녀온 일에 관해 명백하게 거짓을 말하였다. 국회는 즉각 주권수임자인 국회의원에게 거짓말한 일과 뇌물 의혹에 대해 그를 고발하는 것만이 자신들에 대한 모멸과 무시를 벗어나는 길이고 국민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이다. 그를 집 1채뿐인 청렴한 검사라거나, 처가에서 증여받은 재산을 감추려다 꼬인 것이라는 궤변을 농하며 비호하는 국회의원의 행태에 대하여 주권위임자인 국민은 부끄러울 뿐이다.

검사를 사직하였다 하여 이미 벌을 받은 양 더 책임을 묻지 않는다면 이는 정말 말이 안 된다. 사직함으로써 중책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되고 경력 변호사로서 돈을 벌며 종신토록 차관급에 해당하는 연금을 받으니 축복받은 일일 뿐이다. 부패한 자의 안락한 삶을 평생 보장한다면 범죄자에 대하여 사회보장이 잘되어 있는 비정상적인 나라가 아닌가.

오보이기를 바라지만, 검찰이 관세청의 정보 유출 경위를 내사한다는데 그렇다면 이 또한 크게 잘못된 것이다. 안기부의 도청 파일 사건처럼 본질인 검사에 대한 고질적인 뇌물죄는 눈을 감고 이에 대하여 문제제기를 한 기자와 국회의원만 처벌하는 행태를 재연할 것인가. ‘도둑이야’라고 외치며 범인을 추적하는 의로운 사람에게 차도로 달린다며 교통방해죄로 체포하거나 소란을 피운다며 구류 처분하는 일과 무엇이 다른가.

내가 키우는 강아지 네 마리 ‘늘봄이, 여름이, 가을이, 달이’는 그러한 이상한 법치(?)를 모른다.


김용철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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