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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아침햇발] MB본색 야당본색 / 정석구

등록 2009-07-23 21:29

정석구  논설위원
정석구 논설위원
엊그제 국회 본회의장에서 벌어진 한나라당의 언론관련법 날치기 처리는 이명박 정권의 속살을 날것 그대로 똑똑히 볼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이번 사건은 이 정권이 소수 기득권층의 이익을 대변하는 보수·우익 정권임을 더욱 분명하게 보여주고, 장기집권을 위해 우리 사회의 물적·제도적 토대를 재편하는 작업을 꾸준히 추진하고 있음을 다시 한 번 확인시켜 주었다. ‘엠비(MB)본색’을 유감없이 드러낸 것이다.

이 정권은 출범 이후 지지기반인 소수 기득권층의 이익을 보장해주는 쪽으로 각종 제도를 개편하는 한편, 친정부 인사들을 힘 있고 돈 되는 자리에 앉히는 작업을 일관되게 추진해왔다. 이런 과정에서 일어나는 국민적 저항을 검찰과 경찰 등 공권력을 동원해 억압하고 있다. 이 정권은 또 이런 행태를 비판하는 반정부 신문들은 정보기관 등을 동원해 교묘한 광고탄압으로 자금줄을 조이고, 비판 방송이 힘을 못 쓰도록 방송 지형 자체를 정권에 유리한 쪽으로 바꾸기 위해 언론관련법을 날치기 처리했다. 이로써 장기집권을 위한 1차 시나리오는 일단 완성된 셈이다.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이 이처럼 우리 사회의 물적·제도적 토대를 자신들의 장기집권에 유리한 쪽으로 재편하려는 건 어쩌면 당연하다. 정당의 목표는 권력 장악이고, 또 그 권력을 장기간 유지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정권에 민주주의가 죽었다느니, 역사의 심판이 두렵지 않으냐느니 해봤자 쇠귀에 경 읽기다.

민주당 등 야당이 해야 할 일은 따로 있다. 야당이 서민과 중소자영업자들을 위한 정당이라고 한다면 그들의 이해를 충실하게 대변할 수 있는 사회·경제 정책을 구체화하고, 이를 실행에 옮길 수 있는 정치적 힘을 길러야 한다. 원론적인 얘기지만 이런 원론에서 벗어나 민주주의나 인간 기본권 등 추상적인 가치만을 외치고 있어서는 서민들의 지지를 이끌어낼 수 없다. 민주주의는 이미 야당의 전유물도 아닐뿐더러, 사회·경제적 이익을 보장해주지 않는 민주주의라면 관심 없다는 계층이 점점 늘고 있는 현실을 정확히 인식해야 한다.

서민을 위한 정책을 현실적으로 어떻게 구현할 것인지는 물론 어려운 문제다. 의석이 턱없이 부족한 야당으로서는 국회 입법과정 등을 통해 서민정책을 제도화하기는 한계가 명백하다. 물리적인 시위로 정권을 전복하고, 권력을 빼앗아 올 수 있는 상황도 아니다. 결국 서민 위주의 정책을 펴도록 정권을 압박하는 수밖에 없는데, 압박의 강도를 어떻게 높이느냐가 관건이다. 지금으로서는 현장 속으로 들어가 서민들과 부대끼면서 이들과 연대의식을 강화하고, 야당에 동조하는 시민단체들과 공조해 정치적인 힘을 키워나가는 수밖에 없다. 이런 역량이 축적되지 않은 상태에서 서민을 위한 정치를 하겠다고 목소리만 높이는 건 설득력이 없을 뿐 아니라 서민들의 지지를 받기도 힘들다.

언론법이 재투표, 대리투표 논란 속에 통과된 상황에서 야당과 시민단체가 강력히 반발하는 것은 당연하다. 법적 다툼을 통해 국회 통과가 원천무효임을 입증할 수 있는 여지도 없지 않다. 하지만 민주당이 의원직을 총사퇴하고 18대 국회를 여기서 문닫게 할 생각이 아니라면, 원외투쟁과 함께 구체적이고 현실성 있는 서민정책을 마련하고 시민단체들과의 연대를 강화하는 작업을 바로 시작해야 한다. 그리고 10월 재보선이나 내년 지방선거 등 예정된 정치일정에 맞춰 정치적 역량을 키워나가려는 전략을 체계적으로 세우는 게 중요하다. 정권과의 승부는 정권의 약점을 얼마나 부각시키느냐보다는 자신의 지지기반인 서민의 이해를 얼마나 충실히 대변할 수 있느냐에 따라 갈린다. 민주당도 서민정당으로서의 ‘야당본색’을 더욱 분명히해야 할 때다.

정석구 논설위원twin86@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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