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오피니언 칼럼

[짐승이름] 담비 / 정호완

등록 2009-07-29 18:31

어릴 적 ‘호랑이 잡는 담비’라는 말을 들은 기억이 있다. 정말 담비가 호랑이를 대적할 수 있을까. 일대일 싸움에서 담비는 호랑이에게 잡아먹히기 일쑤다. 무슨 말인가. 호랑이가 잡아먹히다니. 특별한 일이 없는 한 담비는 홀로 다니는 일이 없다. 우두머리가 움직이는 대로 한 무리의 담비들이 따라다닌다. 죽음과 삶을 함께한다는 말이다. 우두머리가 덤비면 나머지 담비들도 죽든 살든 떼로 덤벼든다. 그러니 호랑인들 무슨 수가 있겠는가.

더러 ‘문둥이 담부 떼 같다’고 한다. 이들이 몰려다닌 까닭은 사람들이 싫어함은 물론이고 홀로 다니다 어떤 어려움을 당할지 몰라서다. 담부는 담비의 경상도 지역 사투리다. 담비는 언제나 떼로 몰려다님을 드러낸다.

담비의 꼬리는 길고 끝이 가는데다 몸과 꼬리의 털은 촘촘하며 부드럽고 광택이 있어서 예로부터 고급 털가죽으로 쓰였다. 더러는 벼슬하는 이들의 모자에 담비 꼬리를 꽂아 그 품새를 드러내기도 했다. 많은 관원들이 담비 꼬리를 쓰려고 했기에 나중엔 개 꼬리로 담비 꼬리를 대신했다. 해서 생긴 말이 ‘개 꼬리로 담비를 잇는다’(狗尾續貂)는 것이다.

미루어 보건대, 담비는 떼로 몰려들어 공격하는 ‘덤벼듦’이라는 말샘에서 비롯한다. ‘덤비-담비’는 모음이 서로 바뀌어 나는 소리로 말미암음을 가늠할 수 있기에 그러하다. 흩어지면 죽음의 덫이 기다리고 있을지니. 정호완/대구대 명예교수·국어학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오피니언 많이 보는 기사

윤석열이 연 파시즘의 문, 어떻게 할 것인가? [신진욱의 시선] 1.

윤석열이 연 파시즘의 문, 어떻게 할 것인가? [신진욱의 시선]

“공부 많이 헌 것들이 도둑놈 되드라” [이광이 잡념잡상] 2.

“공부 많이 헌 것들이 도둑놈 되드라” [이광이 잡념잡상]

‘단전·단수 쪽지’는 이상민이 봤는데, 소방청장은 어떻게 알았나? 3.

‘단전·단수 쪽지’는 이상민이 봤는데, 소방청장은 어떻게 알았나?

극우 포퓰리즘이 몰려온다 [홍성수 칼럼] 4.

극우 포퓰리즘이 몰려온다 [홍성수 칼럼]

‘영혼의 눈’이 썩으면 뇌도 썩는다 5.

‘영혼의 눈’이 썩으면 뇌도 썩는다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