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석 논설위원실장
유레카
사람의 의사소통은 단지 8%만 단어를 통해 이뤄지고, 음성·표정·몸짓 등이 나머지 92%를 담당한다고 언어학자들은 말한다. 그래서 외교관들 사이에는 이런 금언이 있다고 한다. “‘노’라는 대답을 바라면 전화를 걸어라. ‘예스’라는 대답을 원하면 직접 만나라.”
특별한 임무를 띠고 상대를 직접 만나 외교 목표를 관철시키는 일을 하는 사람이 바로 특사다. 엊그제 북한을 방문한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처럼, 특사는 단기적이지만 어려운 일을 맡아 정세 변화의 계기를 만드는 경우가 적잖다. 중국 역사에 수시로 등장하는 세객(說客)도 일종의 특사다. 전국시대 최강국인 진나라에 대항해 여섯 나라가 연합하자는 합종책을 주장한 소진은 외교를 돕는 세객을 넘어서 이들 나라의 재상을 겸하기도 했다.
물론 특사라고 해서 외교의 일반원칙에서 벗어날 수 있는 건 아니다. 어떤 외교정책의 목표가 성공적으로 달성되기 위해서는 내용이 합리적이어야 하고 추진할 수 있는 수단이 있어야 하며, 국제적 환경과 타이밍이 좋아야 하고 외교적 수단이 뒷받침돼야 한다. 또 외교협상이 성공하려면 교섭 당사자가 타협할 준비가 돼 있어야 하고(readiness), 상황이 조성돼 있어야 한다(ripeness).(<외교, 외교관>) 특사는 이런 조건들이 구비됐을 때 효과적으로 방점을 찍는 구실을 한다.
하지만 특사는 불확실한 상황에서 새로운 환경을 조성하는 데 기여하기도 한다. 2005년 6월 대통령 특사로 파견된 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과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만남은 북한의 6자회담 복귀를 유도하는 중요한 디딤돌이 됐다. 최근 이명박 대통령이 대북 특사를 보내야 한다는 목소리가 잦아지고 있다. 남북관계 개선에 대한 대통령의 분명한 의지 표명과 더불어 특사의 창의적 역할을 기대하기 때문일 것이다.
김지석 논설위원실장 j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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