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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시론] 부동산 시장은 정상화된 것인가? / 변창흠

등록 2009-08-13 20:30수정 2009-08-14 02:04

변창흠  세종대 행정학과 교수
변창흠 세종대 행정학과 교수
수도권 지역을 중심으로 이른바 ‘부동산 성공신화’들이 수시로 언론에 소개되고 있다. 지난달 개통된 9호선 통과 지역의 오피스텔 구입자나 강남 재건축단지 투자자, 미분양 주택 구입자들이 막대한 시세차액을 얻었다는 소식이다. ‘역시 부동산이다’, ‘더 늦기 전에 주택을 구입해야 한다’는 조바심이 수도권의 부동산 가격을 더욱 끌어올리고 있다.

세계경제 위기 이후 세계의 주요 대도시에서는 주택가격이 20% 안팎으로 하락한 반면, 서울에서는 강남지역 재건축 아파트가 2006년 하반기의 최고 수준을 웃도는 수준까지 올랐다. 주택담보대출은 7월 말까지 증가한 금액이 지난 한 해 동안의 상승액 수준에 이르렀으며 지난 두 달간 4조원 이상씩 증가하였다. 마침내 언론들과 정치권에서도 부동산 투기와 가격 폭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성태 한국은행 총재도 금리를 동결하면서도 지난달에 이어 최근의 주택가격 상승에 대해 심각한 경계심을 표명하였다.

그러나 정작 경제정책을 총괄하는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은 ‘부동산 시장이 정상으로 가는 과정’이라며 한가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정부는 지난해부터 부동산 가격 폭락을 방지하고 부동산 시장을 정상화해야 한다며 각종 대책을 발표해 왔다. 그렇다면 우리나라 부동산 시장은 과연 정상화되고 있는 것이며, 정부가 기대한 효과를 거두고 있다는 것인가?

최근의 부동산 가격 변동의 특징은 지역별 주택유형별 양극화가 뚜렷하다는 점이다. 지방의 주택가격은 2005년 이후 회복의 기미를 보이지 않는 반면, 수도권은 상승세가 뚜렷하다. 수도권에서도 이른바 버블세븐 지역에서는 올해 들어 5.46% 오른 반면 그 외 지역은 제자리걸음이다. 수도권 내 재건축 대상 아파트는 상승세가 더욱 두드러진다.

주택가격의 차별화 현상이 정부가 의도한 것이라면 이명박 정부의 주택정책이 얼마나 부유층과 강남지역을 위해 만들어진 것인가를 보여주는 것이고, 의도하지 않은 것이라면 주택정책은 분명 잘못된 것이다. 이명박 정부는 세계적 경제위기 이후 경기 활성화를 빌미로 부동산 시장 팽창정책을 일관되게 추진해 왔다. 종합부동산세를 사실상 무력화하였고,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소득세 중과 제도도 한시적으로 폐지하였으며, 부동산 거래나 재건축에 대한 규제마저 풀어버렸다. 그동안 누구든지 부동산을 많이 구입하는 것이 주택가격 폭락을 막고 애국하는 길이라고 언질을 주어왔다. 그걸 믿고 충실히 집을 사모은 사람들은 떼돈을 벌게 되었고 그 부담은 집 없는 서민들의 몫이 되고 말았다.

이제 어떻게 할 것인가? 정부가 뒤늦게 주택담보인정비율(LTV)을 하향조정하고 주택거래신고제 적용 지역을 확대하는 처방을 내놓았지만 정작 부동산 가격 상승을 막을 수 있는 수단은 정부가 스스로 폐기해버린 상황이다. 뒤늦게라도 우리나라 부동산 시장의 특수성을 인정해야 해답이 나온다. 비정상적인 주택시장에서 완전경쟁 시장에서나 가능한 수요-공급의 원리만으로 문제를 풀어낼 수 없다. 우리나라의 유례없는 수도권 집중과 부동산에 대한 남다른 애정을 인식해야 하며, 부동산 가격의 주기적인 폭등 경험도 고려해야 한다.

비정상적인 부동산 매집과 투기열풍, 가격의 양극화 현상은 정부가 그동안 추진해온 정책의 방향이 잘못되었음을 인정하고 정책기조를 바꿀 때 억제할 수 있다. 진정한 부동산 시장의 정상화는 부동산이 투기적 억제수단이 되도록 만드는 것이 아니라 주거기능, 생산기능에 충실히 역할을 할 수 있도록 가격을 안정화하고 불로소득을 환수하는 것이어야 한다.


변창흠 세종대 행정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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