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석 논설위원실장
근대적 개념으로서 개인(individual)은 ‘사회에 대한 대응 개념으로서 인간’ 또는 ‘신에 대한 대응 개념으로서 인간’을 지칭한다. 우주를 이루는 큰 구성 요소의 지위를 갖는 인간인 것이다. 이런 개념이 정착되기까지 많은 시간이 걸린 것은 당연하다. 국가·사회와 구별되는 개별적 존재를 문명과 역사의 주체로 인정할 수 있어야 ‘근대적 개인’이 성립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개인이라는 말이 예전에 없었던 것은 아니다. 중국 고전에서 개인은 ‘그 사람’ ‘저 사람’ 등을 나타냈다. 그러다가 17세기 이후 19세기 초반까지의 사전에 영어 ‘인디비주얼’의 번역어로 ‘일개인’ ‘독일개인’(獨一個人)이라는 표현이 등장한다. 이후 1934년 <대사전>에 ‘개인’이 단독으로 처음 오른 뒤 ‘개인주의’ ‘개인책임제’ 등의 파생어가 만들어진다. 일본에서도 1860년대까지만 해도 인디비주얼을 ‘한 사람’ ‘혼자’ ‘하나의 물건’ 등으로 번역했다. 이후 서구 문명이 본격적으로 수입되면서 ‘인각각’(人各各) ‘독일개인’ ‘일개인’ 등을 거쳐 1890년대에 들어서야 개인이라는 말이 쓰인다. 우리나라에서는 19세기 사전에는 인디비주얼이 단지 ‘놈’으로 번역돼 있다. 개인이라는 표현은 1903년 초등학교 교과서인 <초목필지>에 처음 등장한 뒤 짧은 시간에 대부분의 교과서에서 사용된다.(최경옥 교수)
개인은 현대사회의 법적·정치적·사회문화적 주체다. 누구도 대신할 수 없는 자기정체성을 갖고 독립적으로 활동하면서 그 결과에 따라 평가받는다. 그래서 개인은 고독하고 고달프지만 자신의 이름으로 역사와 문명에 기여하는 보람을 갖는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기어이 유명을 달리했다. 한국전쟁 이후 우리나라 정치사에서 그만큼 뚜렷하게 족적을 남긴 근대적 개인은 앞으로도 만나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명복을 빈다.
김지석 논설위원실장 j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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