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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말글살이] 강추위 / 우재욱

등록 2009-08-20 18:29

“눈보라를 동반한 강추위에 전국이 꽁꽁 얼어붙고 있습니다.” 날씨를 전하는 기상 캐스터의 말이다. ‘강추위’는 한자어 접두사 ‘강(强)-’에 ‘추위’가 결합한 말이다. 이 말은 최근에야 일부 사전에 올랐다. 이전에도 ‘강추위’라는 말은 있었지만 우리말 접두사 ‘강-’을 쓴 ‘강추위’였다. 일부 사전들은 최근 들어 이 두 말을 다른 뜻의 말로 사전에 올렸다.

‘강추위’는 ‘눈이 오지 않고 바람도 불지 않으면서 몹시 매운 추위’이고, ‘강(强)추위’는 ‘눈이 오고 매운바람이 부는 심한 추위’다. 우리말 접두사 ‘강-’은 ‘호된’ 또는 ‘심한’의 뜻을 더한다. ‘강추위’는 몹시 매운 추위지만 ‘눈이 오지 않고 바람도 불지 않는’ 추위라고 했다. 어디서 이런 뜻이 왔을까? 접두사 ‘강-’에는 ‘다른 것이 섞이지 않은’, ‘그것만으로 된’이라는 뜻이 따로 있다. ‘강바람, 강술, 강굴, 강조밥, 강풀’ 등으로 쓰인다. ‘강술’은 안주 없이 마시는 술, ‘강조밥’은 좁쌀만으로 지은 밥, ‘강풀’은 물에 개지 않은 풀이다. ‘꽁보리밥’도 ‘강보리밥’이 변한 말이다. 이 뜻까지 보태진 것이 ‘강추위’라고 보면 되겠다.

언론들이 ‘강-’을 ‘강(强)-’으로 해석하여 눈보라가 몰아치는 추위를 ‘강추위’라 했고, 언어대중들도 그렇게 받아들임에 따라 사전이 두 말을 구분하여 올렸다. 눈이 오거나 바람이 불거나 관계없이 매우 심한 추위라는 뜻의 ‘맹(猛)추위’가 있다. 두 ‘강추위’의 뜻을 아우르는 말이다. 우재욱/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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