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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고장말] 시남이 댕게라! / 이길재

등록 2009-08-23 18:44

‘시남이’는 표준어 ‘시나브로’나 ‘천천히’에 대응하는 고장말로, 주로 경상도와 강원도에서 쓰인다. “숫체녀 입어다가 쌀떠물을 시남 시남이 떠옇는 기라.”(<한국구비문학대계> 경남편) ‘시남이’는 ‘시남 시남이’에서 보여주는 것처럼 ‘시남’과 부사를 만드는 토 ‘-이’가 결합된 것으로 보인다. ‘시남이’와 뜻이 같은 ‘시남으로’ 또한 ‘시남’과 토 ‘-으로’가 결합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시남으로’에 비추어 ‘시나브로’가 [시납+-으로]와 같은 낱말구조를 가졌을 것이라고 생각해 보는 것도 어려운 일은 아니다. 그래서인지 ‘시나브로’의 말뿌리를 절에 시주하는 일을 나타내는 말 ‘시납’에서 찾기도 한다. 개개인이 절에 시주하는 양은 얼마 되지 않지만 모이면 많은 양이 되듯 ‘시나브로’가 어떤 일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조금씩 이루어진다는 뜻을 나타내게 되었다는 것이다. ‘시남으로’와 ‘시나브로’만 놓고 보자면 그럴듯한 이야기다. 그러나 ‘시남이’와 뜻이 같은 고장말 ‘시납없이’와 ‘시남없이’를 생각해 보면 고장말 ‘시남이’와 ‘시남으로’의 말뿌리를 ‘시납’에서 찾을 수는 없는 일이다. 이런 생각은 이효석의 소설 <분녀>의 한 구절을 보면 더욱 분명해진다. “분녀는 혼자 먼저 나갔으나 시납시납 거닐어도 천수의 나오는 꼴이 보이지 않았다.”

‘시남이’의 또다른 형태는 ‘시누메’다. “문지 나잖나? 시누메 댕게라.”

이길재/겨레말큰사전 새어휘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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