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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사람이름] 쉰동이 / 최범영

등록 2009-08-24 18:35

중종 16년(1521년), 안처겸이 역적 모의 혐의로 문초를 받았다. 안처겸이 작성한 ‘사람이름 목록’(人名件記)을 송사련이 갖다 바쳤는데, 이에 대해 마흔세명은 계를 만들거나 자(字)를 기억하기 위해 써놓은 것이고, ‘슌이·일동이·일손이·나그내·늦동이·쉰동이(五十同)·마동이·가리디·박쇳동·임금만·엄믿통·이에동·어리’ 등 예순명의 사람은 어머니 무덤 곁에 살면서 무덤을 살펴준 이들로, 잊지 않고 술대접을 하려고 써놓은 것이라 하였다.

件記(건기)는 이두로 ‘T기’라 읽으며 사람 또는 물건의 목록, 요즘말 리스트에 해당된다. 사람이름에 셈말 ‘쉰’(50)이 자주 쓰였다. ‘쉰이·쉰근이·쉰금이·쉰닙이·쉰Q·쉰덕이’ 등이 보인다. 표준말 ‘쉰’은 고장에 따라 ‘시운’이라고 한다. 비슷한 밑말 ‘슌’이 든 이름에 ‘슌이·슌히·슌가히·슌개·슌근이·슌금이·슌노미·슌덕이·슌동이·슌비·슌지’ 등이 있다.

쉰동이는 부모 나이 쉰에 태어났을까? 그렇다면 ‘여든이·여든쇠’는 어떠했을까? 이름의 밑말로 ‘일은’도 쓰이는데 ‘日隱·早隱’으로 적는 것을 보면 꼭 ‘일흔’(70)을 뜻한 것 같지는 않다.

옛사람 가운데 나이 쉰에도 청춘인 분들이 있었던 모양이다. 쉰이 청춘인 시대, 아들 낳으면 ‘쉰동이’, 딸을 낳으면 ‘쉰금이’라 불러 볼까?

최범영/한국지질자원연구원 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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