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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외래어] 벤치마킹 / 김선철

등록 2009-08-25 18:18

제조업이나 문화계에서 간혹 특허 침해나 표절 시비가 이는 것을 볼 수 있다. 이때 공격을 당하는 쪽에서 ‘벤치마킹’이라는 말을 종종 쓴다. 베낀 것이 아니라 참고만 했을 뿐이라는 뜻으로 들린다.

‘벤치마킹’(benchmarking)이라는 용어를 주로 쓰는 쪽은 경영이나 컴퓨터 분야다. 경영에서는 경쟁 회사의 제품이나 조직의 우수성을 여러 측면에서 비교·분석하여 그 비법을 배워 변모하려는 자기 혁신 기법을 뜻하며, 컴퓨터 분야에서는 측정 프로그램을 이용하여 각 부품의 성능을 알아보는 일을 뜻한다.

그렇지만 영어 ‘벤치마크’라는 말은 애초 토목 분야에서 쓰던 것이었다. 측량사들이 물의 높이를 재기 위해 둑과 같은 곳에 그었던 가로 눈금이 바로 이것인데, 원래는 수준가늠자가 나중에 같은 자리에 올 수 있도록 거멀장으로 하여금 수준가늠자의 자리를 잡게 그었던 표시다. 여기서 ‘자리를 잡게 하다’라는 뜻으로 ‘벤치’(bench)라는 말이 쓰였다고 한다.

그런데 우리 사회에서는 ‘벤치마킹’의 원래 뜻에 더하여 엉뚱하게도 ‘모방하다’ 혹은 ‘표절하다’는 뜻으로 통용되는 면이 있다. 그러나 더 좋은 성과를 내는 남의 것에 자기 것을 요모조모 뜯어 견주어서 단점을 고쳐 나간다는 것이 원래의 뜻이라는 점과, 범죄 행위에 속할 수 있는 베끼기나 특허 침해는 벤치마킹이 될 수 없다는 점을 새겨서 더욱 건강한 사회를 만들 필요가 있어 보인다. 김선철/국어원 학예연구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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