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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시론] 헌재의 역사적 결정을 기대한다 / 강상현

등록 2009-08-25 19:52

강상현  연세대 언론홍보영상학부 교수
강상현 연세대 언론홍보영상학부 교수
시론
미디어법은 국회를 통과한 것인가? 이에 대한 왈가왈부는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한나라당이 방송법 개정안을 포함한 미디어 관련법을 국회에서 변칙 처리한 지 한달이 넘었건만, 야당은 헌법재판소에 ‘미디어법 권한쟁의 심판 및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해놓은 상태에서 여전히 원외투쟁을 계속하고 있다.

이에 비해 정부와 한나라당은 미디어법 국회 ‘통과’를 기정사실화하면서 국면 전환을 꾀하고 있다. 헌재에 계류중인데도 정부 관련 부처들은 한나라당의 ‘날치기 처리’ 직후 대대적인 미디어법 홍보와 함께 시행령 작업에 착수했는가 하면 대통령까지 나서서 종합적인 후속대책을 독려하고 나선 바 있다. ‘서민경제’와 ‘민생국회’ 운운하면서 국면 전환을 꾀하고 있다. 심지어 김대중 대통령 서거 정국을 틈타 ‘화합과 통합’까지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미디어법과 관련하여 달라진 것은 전혀 없다. ‘화합과 통합’을 위한 양보의 기색은 더더욱 없다. 다수 국민들은 이미 대기업과 거대신문에 보도 가능한 방송을 허용하는 미디어법 내용에 반대한 바 있다. 미디어법의 강행 처리에도 반대했다. 날치기 처리된 미디어법에 대해서도 “무효”라는 주장이 훨씬 많았다. 기자협회의 한 조사에서도 조사 대상 기자의 70% 이상이 “미디어법을 무효화하거나 재개정해야” 한다고 답했다.

미디어법과 관련하여 내용은 물론 절차상 문제가 많다는 것이 여전히 일반적인 생각이다. 특히 국회 처리 과정에서 한나라당이 적법한 입법 절차를 무시했다고 보는 것이 중론이다. 헌법재판소에 관련 증거 보전 자료를 제출하는 과정에서도 한나라당 쪽이 뭔가를 감추거나 시간끌기를 하고 있다는 의심을 받기에 충분하다. 국회 사무처가 회의장 녹화 자료나 회의록 일부 내용을 누락했다는 혐의를 받은 바 있다. 또 국회의장이 회의록 수정을 거부하거나 헌재 심의에 필요한 답변서를 제출하지 않아 심의가 무산되기도 했다. 한나라당 쪽은 여전히 많은 의혹을 자초하고 있다.

한나라당이 엄청난 무리수를 두면서까지 미디어법을 강행 처리하려는 이유는 이미 많이 알려져 있다. 날치기 처리 후 입법예고된 미디어법 관련 시행령 등에서 그런 의도는 더욱 노골적으로 드러나고 있다. 예컨대 대기업과 보수신문 등이 당장 참여할 것으로 예상되는 종합편성 채널 등에 상당한 특혜가 주어지고 있다는 것이 많은 비판자들의 일치된 지적이다. ‘시장’과 ‘경쟁’의 논리를 앞세웠던 이명박 정부가 실제로는 시장의 논리가 아닌 정부 개입형 미디어 시장 통제로 오히려 불공정 경쟁을 부추기고 있다는 것이다. 정치적으로도 이미 국내 여론시장을 지배하고 있는 거대 신문의 방송 진출이 여론독과점을 더욱 심화시킴으로써 민주주의의 핵심인 여론다양성을 크게 훼손할 것이라는 우려는 여전히 유효하다.

이런 상황에서 국민들은 헌재의 현명한 판단과 결정을 기대하고 있다. 최근 정연주 전 <한국방송> 사장에 대한 배임 혐의 기소와 신태섭 전 이사 불법 해임 등이 법원으로부터 연이어 부당하다는 판결을 받았듯이, 헌재 역시 한나라당의 미디어법 강행 처리가 법적 절차를 무시한 반민주적인 의회 폭거였음을 분명히 판단해 주리라 믿고 있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곧 있을 헌재 결정은 민주적인 미디어 질서 확립과 절차적 민주주의의 기본 가치 수호는 물론 민주주의 교육 차원에서도 중대한 역사적 결정으로 기록될 것이다.

헌재의 현명하고도 조속한 결정을 기대한다. 미디어법이 국회를 통과한 것이 아님을 분명히 보여주어야 한다.

강상현 연세대 언론홍보영상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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