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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기고] 민주당 압승과 한-일 관계 / 기미야 다다시

등록 2009-08-31 21:07

기미야 다다시  도쿄대 교수·한국정치
기미야 다다시 도쿄대 교수·한국정치
30일 실시된 일본 총선에서 자민·공명 연립정권은 의석이 크게 주는 참패를 당했다. 자민당은 300석에서 119석, 공명당은 31석에서 21석으로 줄어든 데 비해, 야당인 민주당은 115석에서 308석으로 의석을 비약적으로 늘렸다. 전후 총선에서 제1당이 획득한 의석 가운데 최다다.

이번 선거의 의미를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짧은 한때를 제외하면 50년 이상 여당 자리에 안주해온 자민당이 전체 중의원 의석의 4분의 1 정도만을 획득하는 데 그친 것은 상상을 초월하는 결과다. 보수적인 일본 사회 성향을 자민당이 교묘히 이용해왔던 만큼, 아무리 소선거구제라 하더라도 충격적인 결과임은 틀림없다. 다만 이는 양당제 선거에서 벌어지는 정권교체의 한 장면에 지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게 무난하다. 정권교체가 가능한 양당제라는 조건 아래 만족할 만한 업적을 올리지 못한 여당을 유권자가 불신임해 야당에 정권을 맡기려고 하는 것일 뿐이다. ‘선거를 통한 정권교체’라는 민주주의 체제에서 당연한 일이 현실화됐을 뿐이라고 냉정한 눈으로 볼 수 있는 것이다.

민주당 정권이 출범하면 정책 결정이 상대적으로 정치 주도로 될 것이다. 특히 예산 편성 등에서도 종래의 관료주의 시스템과는 다른 변화가 나타날 것이 확실하다. 그리고 이런 변혁은 오늘날 열악한 재정 상황에서, 한정된 예산을 어떻게 사용할지가 진지하게 논의되는 상황에서 절대 필요한 일이다. 민주당 정권의 내년도 예산 편성이 어떻게 이뤄질지 주시할 필요가 있다.

이런 변화는 어느 쪽인가 하면 ‘안으로 향한’ 것이다. 대외정책에서 민주당 정권은 자민·공명 정권과의 연속성을 중시할 것이다. 그 의미에서 일본의 정권교체에 관한 한국의 관심이 예상외로 높은 것에 솔직히 놀랐다.

그렇다면 민주당 정권 아래서 한국과 한반도에 관한 일본의 외교정책에는 어떤 변화도 없을까? 정권교체에 의해 흔들리는 일-한 관계가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다만 역사인식을 둘러싼 문제, 재일 정주 외국인의 지방참정권 문제 등에 관해서는 자민당에 비하면 민주당 쪽이 리버럴한 자세를 갖고 있어 한국 정부에는 바람직한 측면도 있을 것이다. 특히 민주당의 유력 지도자와 자민당 인사들을 비교하면 현저한 차이가 보인다. 그러나 정당 차원에서 비교하면 민주당에는 역사인식 등의 문제에서는 우익적 사고를 하는 정치가도 상당수 있는 만큼 이런 미묘한 문제에 민주당이 곧바로 가시적으로 대응하리라고는 생각하기 어렵다. 따라서 민주당 정권과의 신뢰관계를 다져 의원외교를 활발하게 추진하는 가운데 이런 문제를 서서히 다뤄가는 것이 한국 정부에 요구된다.

대북정책 문제에서는 자민당도 민주당도 거의 차이가 없다고 생각해야 할 것이다. 초당파 조직인 납치의원연맹에 참여한 민주당 인사 중 대북 강경론자도 많다. 또 유력 지도자 중 대북정책의 전환을 주장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그러나 미-북과 남북 관계의 진전이라는 최근 흐름이 더 명확해지면 일본의 대북 정책도 재검토의 여지가 생길 것이다. 그 경우 민주당은 과거의 제약이 더 적은 만큼 자민·공명 정권보다 유연하게 대응할 가능성은 높다.

민주당 정권의 외교정책에 커다란 변화가 없다는 것을 전제하면서도, 일본 정치의 전환점에서 좀더 유연성이 있는 협조적인 외교를 기대하고 싶다는 것이 한국의 시선이라는 것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민주당 정권이 이런 시선에 어떻게 대응할지가 과제라는 점만큼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기미야 다다시 도쿄대 교수·한국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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