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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외래어] 메리야스 / 김선철

등록 2009-09-01 18:02

주변에 에어컨을 거의 켜지 않고 지냈다는 사람이 많은 것으로 보아 올여름이 그리 무덥지 않게 지나가는 듯하다. 시원하게 여름을 나려면 집에서만이라도 거의 속옷 차림을 하게 되는데, 속옷 중에서 얇고 잘 늘어나는 천으로 만든 윗옷을 대개 ‘메리야스’라 한다. 이 말은 에스파냐 말 ‘메디아스’(medias)가 일본말에서 ‘메리야스’(メリヤス)가 된 뒤 우리말로 들어온 것으로 여겨진다.

우리가 일상적으로 메리야스라고 일컫는 것 중 하나는 목의 앞뒤가 깊게 파이고 소매가 없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반소매 형태의 것이다. 그런데 본래 ‘메리야스’는 옷의 종류가 아니라 천의 종류를 가리키는 말로서, 뜨개질로 코를 서로 엮어 촘촘하게 짠 것을 일컫는다. 이것이 처음 발명된 것은 적어도 기원전 1000년쯤으로 추정되는데, 3세기 것으로 보이는 유프라테스 강변의 유물이 가장 오래된 것이라 한다.

천으로서의 메리야스는 처음에는 양말을 만드는 데 쓰인 것으로 보인다. 아라비아 지역에서 발견된 4세기 유물이 바로 양말인데다, 유럽에 전파된 500년경 이후 14세기의 영국과 프랑스에서 왕족과 귀족들이 이 양말을 신었다는 증거가 있고, 15~16세기에 여성들이 이 방식으로 양말을 짜는 가내 부업이 성행했다는 기록이 있기 때문이다. 이 무렵 도버해협의 섬 여자들은 털실로 손뜨개질하여 짠 메리야스로 스웨터를 만들어 바다에 나가 일하는 남편에게 입히기도 했다고 한다. 김선철/국어원 학예연구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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