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는 시간·공간을 차지하고 있던 분들의 행적이다. 사람이름은 고장말로도 지어지므로 시간·공간상의 언어 변화에 대한 이해를 넓힐 수 있게도 해준다. 적어도 이름에서는 오랑캐를 비롯한 북방 민족들과 문화연속체를 이루고 있었다. 몽골 초원에서 간도(만주)를 거쳐 한반도·일본열도에 이르기까지 함께 나누어 쓰이던 것들도 있다. 그중에는 고구려·발해 후예들과 한반도 사람들이 함께 썼던 것도 적잖다. 잊혔던 고구려·발해가 우리 역사의 일부로 살아 있었다.
‘개똥이·쇠똥이’만 들이대며 천하다고 줄기차게 한자로 된 이름을 고집했던 까닭은 무얼까? 조선 후기에 인구의 7할 이상이 양반이 되었다고 한다. 이름이 출신을 나타내는 상징가치를 형성하면서 오랜 세월 이 땅의 역사를 담고 있던 전래이름은 지난 몇백 년 동안에 증발된 듯하다. 지금 우리나라는 모국어로 이해되지 않는 말(한자)을 이름에 쓰고 있는 유일한 나라인지 모른다. ‘잘난 사람들’이 즐기는 ‘상징가치’(명품)를 나누지 못하면 못 견디는 ‘따라쟁이 콤플렉스’가 이제 우리 모두에게 전염된 건 아닐까?
그동안 모자라는 글을 읽어주신 독자 여러분께 감사드린다. 못다 올린 사람이름은 달리 소개할 기회가 있을 것이다. 이름사전을 만드느라 함께 고생한 ‘뿡순이·푸딕이’의 노고도 적어둔다. 최범영/한국지질자원연구원 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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