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성보 부산교육대 교수·교육학
경기도 교육국 신설과 관련된 조례안이 지난 15일 경기도의회를 통과해 확정됐다. 개정 이유는 교육정책 개발, 환경개선 및 평생교육 업무의 효율적 통합적 추진을 위해 기구를 조정하고자 한다는 것이다. 조례가 개정되면 전국 지방자치단체 가운데 경기도가 전국 최초로 ‘교육국’을 신설하게 된다. 그러나 경기도교육청이 경기도 교육국 신설과 관련된 법적 대응 방침을 밝힌데다, 교육계와 시민사회 등에서 ‘교육자치 훼손’이라며 반발하고 있어 앞으로 후폭풍이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경기도가 왜 지자체 선거를 얼마 남겨두지 않은 지금 이렇게 서둘러 조례 제정에 나섰을까? 경기도가 교육협력과를 폐지하고 ‘교육국’과 ‘교육정책과’를 신설하는 것은 독자적인 교육정책을 개발하고 집행하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이것은 앞으로 있을 교육자치법 개정과 관련하여 한나라당이 추진하는 시도지사와 교육감 러닝메이트 선출제와 연계된 법개정을 추동하는 동시에 내년 지방선거를 앞둔 진보 교육감 흔들기의 정치적 계산이 숨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정치적 판단은 뒤로하고 경기도의 ‘교육국’ 설치안은 교육자치의 원리를 훼손하고 교육행정을 일반행정에 무리하게 연계시키는 것으로 보인다. 지방자치단체의 행정기구와 정원기준 등에 관한 규정(대통령령 제5조, 제9조)에 지자체가 조직을 신설할 때는 규모와 기능이 유사한 다른 기관과의 균형, 명칭 중복 유무 등을 고려하도록 돼 있는데 경기도는 이를 무시하고 있다. ‘교육국’과 ‘교육정책과’의 신설은 도의 교육정책을 총괄 입안·시행하는 조직이라는 인상을 도민에게 줌으로써 앞으로 교육 기능을 주도적으로 수행한다는 숨은 전략이 개재된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교육자치와 일반행정이 통합되지 않은 ‘분리형’ 제도하에서 ‘교육국’ 설치는 위헌(헌법 제31조 제4항) 소지도 있어 보인다. 교육정책의 개발과 집행은 경기도가 아니라 경기도교육청의 역할(지방교육자치에 관한 법률 18조 1항)임에도 ‘교육국’을 신설한 것은 교육감의 고유권한에 대한 침해이자 월권행위일 수 있다. 교육자치제는 자치단체로부터의 독립성, 교육의 전문성, 정치로부터의 중립성을 지키기 위해 실시되고 있으며, 교육자치에 교육의 정치적 중립을 보장한 것은 정치적 불안정 등에 휘둘리지 않도록 한 조처이다. 이를 무시하고 정당정치에 좌우되는 도지사가 교육문제를 전횡적으로 다룬다면 교육의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할 교육자치 정신은 심각하게 훼손될 것이다.
그리고 경기도의 교육국 신설은 중앙정부의 교육 책임을 약화시켜 교육의 공공성 원칙을 훼손하고 말 것이다. 아직 지방자치재정이 중앙정부에 크게 의존하는 상태에서 아무런 안전장치 없이 교육행정까지 일반행정에 편입될 경우 교육의 독립성과 자주성은 거의 지켜지지 않을 것이다. 더구나 지역간의 재정 격차가 심한 현 상황에서 초중등 교육 부문에 대한 책임마저 시도 지역으로 옮겨갈 경우 지역간 교육격차와 교육불평등은 더욱 심화될 것이다. 그렇게 되면 초중등 기초교육을 중앙정부가 아니라 지방정부의 책임으로 돌리는, 공공성 경시와 경쟁 중시를 특징으로 하는 ‘신자유주의’ 교육정책과 맞물려 지역 교육의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더욱 심화될 것이다. 결국 지금까지 잘 정착되어온 ‘독립형’ 교육자치제가 당리당략이나 정치적 술수에 의해 휘둘리면 교육의 정치권력 예속화는 불가피해진다. 그러므로 경기도는 교육국 설치를 고집하여 갈등을 확대하지 말고 먼저 교육자치의 주무 관청인 경기도교육청과 진지한 대화에 나서기를 바란다.
심성보 부산교육대 교수·교육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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